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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를 쬐다

물소리를 쬐다

  • 도서 주제문학
  • 제 목물소리를 쬐다
  • 저 자윤이산 윤이산 지음
  • 출판사실천문학사
  • 출판일2020. 01. 25
  • ISBN9788939230460
  • 이용 대상일반
  • 가 격10,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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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윤이산 시의 전편에는 가족 공동체를 향한 뜨거운 시심이 서려 있다. 어쩌면 시인에게 그것은 뭉클하면서도 서럽고, 캄캄하면서도 환하고, 아프면서도 따뜻한 “배꼽이 여럿”인 감자 같은 것일 터이다.

또록또록 야무지게도 영근 것을 삶아 놓으니
해토(解土)처럼 팍신해, 촉감으로 먹습니다
서로 관련 있는 것끼리 선으로 연결하듯
내 몸과 맞대어 보고, 비교분석하며 먹습니다
감자는 배꼽이 여럿이구나, 관찰하며 먹습니다
그 배꼽이 눈이기도 하구나, 신기해하며 먹습니다
호미에 쪼일 때마다 눈이 더 많아야겠다고
땅속에서 캄캄하게 울었을,
길을 찾느라 여럿으로 발달한 눈들을 짚어 가며 먹습니다
용불용설도 감자가 낳은 학설일 거라, 억측하며 먹습니다
나 혼자의 생각이니 다 동의할 필요는 없겠지만
옹심이 속에 깡다구가 들었다는 건
반죽해 본 손들은 다 알겠지요
오직 당신을 따르겠다는 그 일념만으로
안데스산맥에서 이 식탁까지 달려왔을 감자의
줄기를 당기고 당기고 끝까지 당겨 보면
열세 남매의 골병 든 바우 엄마, 내 탯줄을 만날 것도 같아
타박타박 떨어지는 눈물을 먹습니다
- 「감자를 먹습니다」 전문

누가 펄펄 끓는 하루를 들고 가다 그만, 양동이를 엎질러 버린 게 틀림없다. 이녁까지 뜨끈하다.
- 「노을」 전문

별이 작게 보이네! 를
별이 착해 보이네! 로 잘못 들은 나는
까치발을 쳐들고
별의 면모를 찬찬히 뜯어본다
탯줄로 연결된 듯
잘람잘람 물소리를 내며
내게로 흘러드는

저, 갓 씻어 나온 어린 것을
아무 손에라도 넌지시
건네주고픈
비 개인 저녁

착해 보이는 것들은
다 멀리 있어

그래도
가만 팔을 쭉-
뻗어 본다
내 둘레가
별까지 늘어난다
- 「내게로 온 설렘」 부분

누구라도 유년의 뜨락에는, 청춘의 들판에는 “펄펄 끓는” 서정이 있었을 것이다. 작은 별을 향해 “까치발” 들던 선한 얼굴이 있었을 것이며, 그리운 사람을 위해 “넌지시 건네주고픈 비 개인 저녁”이 있었을 것이다. 윤이산 시인은 그 어슴푸레한 시간을 호명하는 동시에 이 시대와 인간을 향한 날카로운 통찰도 놓치지 않는다.
「길」이라는 시는 압축된 상징과 가쁜 호흡으로 ‘자본화된 죽음’을 통렬하게 묘사한다. “죽음에도착하기도전에갑자기죽음이벌떡,튀어나올까봐보험들고간다”라는 구절에 이르러서는 물질만능화된 현실 세계 속의 인간을 떠올리며 기어이 쓴웃음이 터지고 만다.

죽음이간다죽음이죽음을따라간다죽음이죽음을끌고간다죽음이죽음을밀면서간다죽음이꼬리를물고간다떠밀려가던죽음이슬쩍,샛길로빠져버리자빈자리를향해액셀러레이터를밟는다간혹뒤집혀찌그러진죽음이새어나오기도한다죽음이죽음을향해서간다와이퍼로죽음을닦으며간다내비게이션의안내를받으며간다죽음끼리마주보며간다맞은편죽음이건너올까찐-한썬팅속에숨어서간다죽음에도착하기도전에갑자기죽음이벌떡,튀어나올까봐보험들고간다
- 「길」 전문

모두 우르르 몰려나간 뒤, 불 끄고 문 닫고 돌아서는 맨 나중 사람의 가만한 손놀림처럼 비가 온다 가만 다녀가는 이 겨울비가 ‘첫’을 불러오고 싹을 틔우고 애채를 키울 것이다

가만, 나의 뒤를 닫아 주고 돌아서던 맨 나중 사람의 얼굴이 나를 열고 있다
- 「가만-스승」 전문

시집의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가만-스승」이라는 시에서는 “모두 우르르 몰려나간 뒤, 불 끄고 문 닫고 돌아서는 맨 나중 사람의 가만한 손놀림처럼 비가 온다 가만 다녀가는 이 겨울비가 ‘첫’을 불러오고 싹을 틔우고 애채를 키울 것이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처럼 시인 윤이산은 ‘애채’(나무에 새로 돋은 가지)를 키울 ‘맨 나중 사람의 얼굴’을 자처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이 시집을 접하는 독자들은 김기택 시인의 표현처럼 “고통을 제련시킨 정신의 향기가 온몸으로 스며드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벼랑 끝에 선 길을 돌려세워
담배 한 개비 물려 주는

물소리에 손을 씻고 있노라면
가난처럼 간단하고
단촐해지는

아무렴,
내가 다 잘할 수도
내가 다 옳을 필요도 없는 거, 맞지?

벼랑 끝을 돌려
물소리 밖으로 돌아온 후에도 오래
잠잠히 타오르는 물소리

-「물소리를 쬐다」 부분

목차

제1부
아무렴 ㅣ 별 ㅣ 간격 ㅣ 문득, 생각나서 ㅣ 올라타다
필터링 ㅣ 슬쩍, 받쳐 주다 ㅣ여량에서 구절까지 ㅣ 선물
조연들 ㅣ 노을 ㅣ 칼맛 ㅣ 저녁의 높이 ㅣ 쉰아홉 ㅣ 식구

제2부
큼지막한 호주머니 ㅣ 선인장과 도둑 ㅣ 봄날 ㅣ 오래된 둘레
간보다 ㅣ 내장탕 한 그릇 ㅣ 늘봄 ㅣ 구름의 방 감자를 먹습니다
조력 ㅣ 내게로 온 설렘 ㅣ부부 ㅣ 무조건 ㅣ 욕지 ㅣ여근곡

제3부
물소리를 쬐다 ㅣ 배알을 빼 버리다 ㅣ 지금, 여기
아무도 꺼내 가지 않는 ㅣ 관성 ㅣ 절친 죽이기 프로젝트
방심 ㅣ 퀵 배송된 ‘제수씨와젖통?의 카톡 ㅣ 내가 만난 부처
과욕 ㅣ 길 ㅣ 보따리장수와 의자 ㅣ 똥심 ㅣ 상강(霜降)

제4부
벗 ㅣ 오래된 실패 ㅣ 안개지대 ㅣ 즐거운, 질주 ㅣ 러닝메이트
대리인 ㅣ 등 뒤 ㅣ 오른짝이 아쉽다 ㅣ 일루젼(Illusion)
미안해요 산초나무 ㅣ 그 바다에 다시, 서다 ㅣ 내리막길
링반데룽 ㅣ 가만

권성훈 해설
시인의 말

책 소개

2009년 《영주일보》로 등단하며 “탁월한 시적 상상력”을 가진 신인으로 호평받은 윤이산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저무는 것 앞에 서면/다 내려놓고 엎드리고 싶어진다/아귀힘 풀고 무조건 다 져 주고 싶어진다//(중략)//오늘도 수굿이 해가 진다/그러라고 하루 한 번 해도 져 준다”(「저녁의 높이」)라는 구절에서 보듯 윤이산은 저물어 가는 것, 고통 속에 있는 것, “땅속에서 캄캄하게 울었을”(「감자를 먹습니다」) 대상들을 향해 지극한 시선을 보낸다.
마찬가지로 「가만-스승」이란 시를 보면 “모두 우르르 몰려나간 뒤, 불 끄고 문 닫고 돌아서는 맨 나중 사람의 가만한 손놀림처럼 비가 온다 가만 다녀가는 이 겨울비가 ‘첫’을 불러오고 싹을 틔우고 애채를 키울 것이다”(「가만-스승」)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처럼 시인 윤이산은 ‘애채’(나무에 새로 돋은 가지)를 키울 ‘맨 나중 사람의 얼굴’을 자처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이 시집을 접하는 독자들은 김기택 시인의 표현처럼 “고통을 제련시킨 정신의 향기가 온몸으로 스며드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해설을 쓴 권성훈 평론가는 윤이산의 시집이 “관습화된 지각을 거부하고 남다른 감각으로 세계를 해학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손은 손목을 잡을 수 없고/이마는 뒤통수를 지킬 수 없고/오른 눈알은 왼 눈알을 보지 못하는//(중략)//온몸이 혀인 안개지대는/표지판이 없다”(「안개지대-일탈」)라는 표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윤이산의 시편들은 사물과 세계가 어떻게 ‘보여 주고 있는가’라는 현상이 아니라 어떻게 ‘보여 주지 않고 있는가’라는 반대적 의식에서 비롯된다. 즉 묵은 관습을 벗겨내어 그 안에 있는 근원적 세계, 즉 존재론적인 것을 즉물적으로 마주하게 한다. 같은 손의 손등은 손바닥을 잡을 수 없고, 이마는 뒤통수를 볼 수 없고, 오른쪽 눈은 왼쪽 눈을 보지 못한다. 바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로 뒤덮인 이 세계는 있음으로 없고, 없음으로 있는 ‘안개지대’가 아니냐고, 시인 윤이산은 58편의 시를 통해 세계의 구조적 모순을 직시하게 한다.

저자 및 역자 소개

경북 경주 출생. 2009년 《영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응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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