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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가장 비참한 사람이 되리라

세계의 가장 비참한 사람이 되리라

  • 도서 주제문학
  • 제 목세계의 가장 비참한 사람이 되리라
  • 저 자박수연, 서효인, 손미, 정용준 지음
  • 출판사서해문집
  • 출판일2019. 09. 30
  • ISBN9788974839970
  • 이용 대상일반
  • 가 격16,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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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문학의 지도를 그리다 ― 자유로운 시인의 영혼 속으로 떠나는 인문기행

김수영은 1921년 서울 종로2가에서 태어나 1968년 마포 구수동에서 마흔여덟의 안타까운 생을 마칠 때까지, 평생을 서울에서 살았다. 물론 스무 살 시절에는 도쿄로 유학을 가서 연극의 꿈을 품기도 하고, 학병 징집을 피해 만주의 지린(길림)에 머무르기도 하였으며, 한국전쟁 때는 부산 거제리/거제도의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어 2년여 간 포로 생활을 하기도 하는 등 파란 많은 삶을 살기도 했다.

이 책은 김수영 생애의 주요 장면마다 그가 머물던 공간을 중심으로, 가상의 문학지도를 그려 나간다. 서울의 한복판인 종로에서 도쿄까지, 만주의 지린을 거쳐 다시 충무로, 마포, 도봉 그리고 부산 거제리와 거제도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길을 따라 걷고 시인의 공간에 머물면서, 그 길과 공간이 열어서 보여주는 시인의 생애와 작품을 반추해본다.

이를테면 김수영이 태어나고 자란 종로 거리에서는, ‘제국’의 진주와 함께 극적으로 변모해가는 20세기 초 서울의 모습과 종루 거리에서 밀려나는 조선 사람들의 풍경이 김수영의 시 <거대한 뿌리> 너머로 펼쳐진다. 그 역사적인 상상의 구조물 속에서 김수영 시의 ‘거대한 뿌리’가 어디서 기원하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실감해본다.

스무 살의 김수영이 도쿄 유학 시절 연극의 꿈을 키웠던 장소들(두 곳의 하숙집과 학교, 연극연구소)을 찾아 나서는 길은, 마치 ‘내 친구의 집’을 찾아 헤매는 영화의 장면들처럼 자못 흥미진진한 추리의 연쇄 과정이다(특히 이 책에서 최초로 김수영의 도쿄 시절 거주지를 발굴해낸 것은 김수영의 독자들에게 반가운 선물일 것이다). 와세다대학 대학가의 자유롭고 지적인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간혹 사랑을 찾아 헤매기도 하던, 스무 살 식민지 청년 김수영의 열정과 절망과 방황의 나날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상상해보는 것은 무척 특별한 경험이다.

징집을 피해 도쿄에서 귀국하여 만주(이미 식구들은 그곳으로 먼저 이주해 있었다)로 간 김수영은 길림극예술연구회에 합류해 연극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지만, 태평양전쟁이 정점으로 치닫던 당시 만주국 하에서의 연극 활동은 제국주의 색채가 농후한 협화극(協和劇)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이때의 경험은 도쿄 시절의 경험과 함께 김수영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당시 김수영이 참여한 연극 <춘수(春水)와 같이>가 공연되었던 공회당에 잠시 머물며 당시의 공연 기념 사진을 들춰보노라면, 김수영이 ‘연극 하다가 시로 전향’한 쓸쓸한 배경을 짐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방을 맞아 만주에서 돌아온 김수영은 가족과 함께 충무로에 정착하면서(당시 어머니가 이곳에서 운영하던 식당이 ‘유명옥’이다) 드디어 모더니스트 시인으로 거듭난다. 해방 후 모더니스트들의 사랑방이었던, 박인환 시인이 운영하는 종로3가의 ‘마리서사’ 서점을 드나들며 신시론 동인에 참여한 것도 이 충무로 시절이었다. 그러나 등단작인 <묘정의 노래>가 문우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것은 두고두고 김수영의 콤플렉스가 되기도 했다.

서른 살이 되던 해,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김수영은 동경하던 임화를 따라 의용군에 갔다가 인민군에 강제 징집되고, 여기서 탈출하여 체포되었다가 부산 거제리/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2년여 포로 생활을 한다. 김수영은 이때의 경험에 대해 <내가 겪은 포로 생활>이라는 산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세계의 그 어느 사람보다도 비참한 사람이 되리라는 나의 욕망과 철학이 나에게 있었다면 그것을 만족시켜준 것이 이 포로 생활이었다고 생각한다.”

친공포로와 반공포로가 격렬하게 부딪히던 참혹한 포로수용소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김수영은 1956년 6월, 마포 구수동으로 이사한 이후에야 비로소 자신과 가족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리고 1968년 6월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할 때까지 꼬박 12년 동안, 김수영은 이곳에서 닭을 키우고, 번역을 하고, 시와 산문을 썼다. 4·19를 겪고 다시 5·16을 감내하면서, ‘혁명과 반혁명’ 사이에서 내면의 혁명을 꿈꾸었다. 김수영에게는 이곳 구수동이야말로 ‘혁명을 목격하고, 혁명을 시로 기록’했던 ‘시 혁명’의 장소였던 것이다.

목차

머리말

I 시인의 길을 따라 걷다

쓰고 시린 골목들 _서효인
그가 거기에 있다 / 충무로, 오래된 모더니티 / 종로, 마리서사 / 종로, 그림자 / 그 평범함을 생각하며

이토록 긴- 장례식 _손미
두 번째 장례 / 문장을 파는 일 / 너 거기서 자유롭냐?

자책하며, 쓴다 _정용준
쓴다 / 그렇게 쓰면 안 돼 / 이렇게 써도 될까? / 그래도 쓴다

II 시인의 공간에 머물다

시인의 탄생, 제국의 진주 - 종로, ‘거대한 뿌리’의 거리 _박수연
극적인 서울, 시인의 탄생 / 종루 거리에서 밀려나는 사람들 / 종6로가 116번지, 김수영의 정신적 고향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며

도쿄, 스무 살의 김수영 - 연극의 꿈을 품다 _서영인
미지의 공간, 4개의 나침반 / 첫 번째 하숙집, 스미요시초5 4번지 / 두 번째 하숙집, 다카다노바바 350번지 / 조후쿠 예비학교와 여인예술사 / 김수영의 도쿄 시대, 여전히 미지의 영역

연극인 김수영의 만주 시절 - 해방 공간과 모던 청년의 좌충우돌 _박수연
다시 종로에서 / 환상과 구속의 땅, 만주 / 길림극예술연구회에 합류하다 / 협화의 시절, ‘새로운 해협을 찾은 일이 어리석었다’ / ‘수정될 과오’

시인 김수영, 신시론 동인들의 향연 - 모더니즘 시를 쓰던 충무로 유명옥 시절 _김태선
연극 하다가 시로 전향 / 신시론 동인의 형성과 김수영의 콤플렉스 /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해방 후 모더니스트들의 사랑방, ‘마리서사’ - 아웃사이더 김수영의 번민과 각성 _오창은
김광균과 박인환 / 박인환이 만든 희망의 공간 / 진정한 아웃사이더 시인 / 등단작 <묘정의 노래>와 김수영의 각성 / 종로의 서점 이야기

전쟁의 상흔, 포로 김수영 - 부산 거제리 포로수용소 _김응교
세계의 가장 비참한 사람이 되리라 / 거제리 포로수용소 / 포로수용소에서 독서 체험 / 또 다른 감옥의 포로

시인의 방, 시인의 생활 - 마포 종점, 구수동의 집 _오창은
마포 버스 종점에 깃들다 / 노동으로 풍경의 일부가 되다 / 닭을 키우는 시인 / 거대한 뿌리, 쓰러지다 / 상주사심, 날마다 죽음을 생각하라

풀의 정신, 시를 품고 시를 낳다 - 도봉산 김수영 시비 앞에서, 유작 시 <풀>을 읊다 _김응교
김수영 시비 가는 길 / ‘풀’의 시인, 자유의 시인, 긍정의 시인 / 아방가르드의 전사, 우리에게는 김수영이 있다

김수영 연보

책 소개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며 역사의 “거대한 뿌리”에 닿고자 했던 시인.
“시여, 침을 뱉어라!” 외치며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시를 쓰고자 했던 시인.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처럼 살고자 했던 시인.
김수영의 시는 뜨겁고, 그의 언어는 첨예하다. 그의 시에는 “현실에 쏟아냈던 날카로운 언어가 있고, 사람들의 마음에 던져주었던 각성의 언어가 있으며, 세계를 향해 토해낸 사랑의 언어가 있”다. 나아가 “지금 이 시대의 가장 첨단적인 담론들과 맞서도 주눅 들지 않는 아우라”를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한국 문학사의 영원한 모더니스트다.

이 책은 시인 김수영의 언어와 숨결의 기미를 좀 더 예민하게 포착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그의 삶과 문학의 공간들을 찾아 걷고, 생각하고, 발견한 기록들이다. 김수영의 후예들인 8명의 문학가(서효인 시인, 손미 시인, 정용준 소설가, 그리고 문학평론가 박수연, 오창은, 김응교, 서영인, 김태선)가 합동으로 탐색하고 사색하여 써내려간 귀중한 결과물이다. 특히 최하림의 《김수영 평전》(초판 1982) 이후 최초로 김수영의 생애를 본격적으로 추적해낸 단행본으로서, 작가의 생애에 대한 고찰이나 기록이 드문 우리 문학계의 현실에서 더더욱 귀한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저자 및 역자 소개

문학평론가.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평론집 《문학들》 《말할 수 없는 것과 말해만 하는 것》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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