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계속될 거야
- 도서 주제문학
- 제 목밤이 계속될 거야
- 저 자신동옥
- 출판사민음사
- 출판일2019. 10. 04
- ISBN9788937408816
- 이용 대상일반
- 가 격10,000 원
- 수상 내역
- 미디어
- 기관 추천
■시어로 확장되는 감각의 지도
담 너머론 속을 드러낸 살굿빛 그 비릿한 바람 속에서도 저마다 핏기를 씻어 낸 꿈. 가정이라는 말이었다. 귀 기울이면 풀벌레 기어가는 아우성. 매달린 이슬마다 숲 한 채씩 이고 진다. 말갛게 가라앉는 지붕 아래 쪽창으론 소금에 절인 잠과 꿈. 게거품 몽글몽글 토해 내는 불빛으로 겨우, 사람이라는 말이었다.
-「정릉」에서
일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어휘를 다종다양하게 활용하는 신동옥은 한국어가 지닌 아름다움의 정수를 선보였던 시인 백석을 연상케 한다. 신동옥이 사용하는 시어는 육지와 바다를 건너다니고, 골짜기와 골목을 가로지르며, 이생과 저생을 넘나든다. 시를 읽는 우리는 시인이 짜 놓은 루트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시인이 적은 대로 “고래, 고사리, 공룡”(「고래가 되는 꿈, 뒷이야기」) 하고 따라 읽다 보면 아득한 꿈을 꾼 듯하다. “메추리 알 듬성듬성 올림 장조림에 기름종이처럼 건너편 얼굴이 훤히 비치는 깻잎 김치”(「송천생고기」)라고 읽으면 혀끝에 아슴아슴 그 맛이 살아나는 듯하다. “강 끝은 절벽이더군, 너머로는 옥룡 다압 옥곡 별천지처럼 물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뻗어 가는”(「하동」)하고 읽으면 낯선 지도를 더듬어 본 듯한 기분에 사로잡힐 것이다. 신동옥은 죽은 듯 숨은 단어에 숨을 틔워 시어로 만든다. 입안에서 신동옥의 시어를 굴리면 굴릴수록 우리의 감각은 살아난다. 본 적 없는 단어는 가 본 적 없는 동네처럼 낯설지만 그 발견만큼, 낯섦만큼 우리의 세계는 확장될 것이다.
■밤이 계속되고 별이 타오를 거야
그림자가 있다면 어딘가 빛이 있다.
빛이 남아 있다면
어딘가에는 반드시 이생을 주시하는 두 눈이 있다.
내내 눈을 감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안목」에서
열(熱)보다는 온(溫)에 가까운 태도가 돋보이는 시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인이 줄곧 품어 온 불덩이가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불은 별이 된 것 같다. 별은 스스로 빛을 내며,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무수히 다른 방향으로 운동한다. 그리고 억겁의 시간을 산다. 시집 『밤이 계속될 거야』의 시편 역시 일견 은은해 보이지만 더없이 “살아 요동치”(「정월에」)는 열기와 운동성을 품고 있다. “불을 피우고 남은 불씨는 묻어”(「극야」) 둔 듯 온기 어리고 “자장가”(「두부의 맛」)처럼 속도를 늦춘 시편들 사이에서 벼락처럼 번쩍이고 소리치는 시들 역시 도사리고 있다. 현실과 제도를 진단하고 분노하며 고뇌하는 신동옥에게는 일견 젊은 시인에게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으라던 시인 김수영의 면모가 엿보이기도 한다. 또한 시인은 “가장 좋은 시는 아직 쓰지 않은 시”(「시작노트」)라고 말하며 완주 없는 시의 시간을 산다. 시집의 제목처럼 밤이 계속되는 동안 시인이 틔운 빛도 계속 타오를 것이다. 작게 빛나는 것 같지만 영원처럼 오래 타고 있는 커다란 불덩이, 그것이 그가 쓰는 시이자 살아내는 삶이다.
담 너머론 속을 드러낸 살굿빛 그 비릿한 바람 속에서도 저마다 핏기를 씻어 낸 꿈. 가정이라는 말이었다. 귀 기울이면 풀벌레 기어가는 아우성. 매달린 이슬마다 숲 한 채씩 이고 진다. 말갛게 가라앉는 지붕 아래 쪽창으론 소금에 절인 잠과 꿈. 게거품 몽글몽글 토해 내는 불빛으로 겨우, 사람이라는 말이었다.
-「정릉」에서
일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어휘를 다종다양하게 활용하는 신동옥은 한국어가 지닌 아름다움의 정수를 선보였던 시인 백석을 연상케 한다. 신동옥이 사용하는 시어는 육지와 바다를 건너다니고, 골짜기와 골목을 가로지르며, 이생과 저생을 넘나든다. 시를 읽는 우리는 시인이 짜 놓은 루트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시인이 적은 대로 “고래, 고사리, 공룡”(「고래가 되는 꿈, 뒷이야기」) 하고 따라 읽다 보면 아득한 꿈을 꾼 듯하다. “메추리 알 듬성듬성 올림 장조림에 기름종이처럼 건너편 얼굴이 훤히 비치는 깻잎 김치”(「송천생고기」)라고 읽으면 혀끝에 아슴아슴 그 맛이 살아나는 듯하다. “강 끝은 절벽이더군, 너머로는 옥룡 다압 옥곡 별천지처럼 물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뻗어 가는”(「하동」)하고 읽으면 낯선 지도를 더듬어 본 듯한 기분에 사로잡힐 것이다. 신동옥은 죽은 듯 숨은 단어에 숨을 틔워 시어로 만든다. 입안에서 신동옥의 시어를 굴리면 굴릴수록 우리의 감각은 살아난다. 본 적 없는 단어는 가 본 적 없는 동네처럼 낯설지만 그 발견만큼, 낯섦만큼 우리의 세계는 확장될 것이다.
■밤이 계속되고 별이 타오를 거야
그림자가 있다면 어딘가 빛이 있다.
빛이 남아 있다면
어딘가에는 반드시 이생을 주시하는 두 눈이 있다.
내내 눈을 감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안목」에서
열(熱)보다는 온(溫)에 가까운 태도가 돋보이는 시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인이 줄곧 품어 온 불덩이가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불은 별이 된 것 같다. 별은 스스로 빛을 내며,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무수히 다른 방향으로 운동한다. 그리고 억겁의 시간을 산다. 시집 『밤이 계속될 거야』의 시편 역시 일견 은은해 보이지만 더없이 “살아 요동치”(「정월에」)는 열기와 운동성을 품고 있다. “불을 피우고 남은 불씨는 묻어”(「극야」) 둔 듯 온기 어리고 “자장가”(「두부의 맛」)처럼 속도를 늦춘 시편들 사이에서 벼락처럼 번쩍이고 소리치는 시들 역시 도사리고 있다. 현실과 제도를 진단하고 분노하며 고뇌하는 신동옥에게는 일견 젊은 시인에게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으라던 시인 김수영의 면모가 엿보이기도 한다. 또한 시인은 “가장 좋은 시는 아직 쓰지 않은 시”(「시작노트」)라고 말하며 완주 없는 시의 시간을 산다. 시집의 제목처럼 밤이 계속되는 동안 시인이 틔운 빛도 계속 타오를 것이다. 작게 빛나는 것 같지만 영원처럼 오래 타고 있는 커다란 불덩이, 그것이 그가 쓰는 시이자 살아내는 삶이다.
정릉 11
안목 12
숨과 볼 13
하동 16
고래가 되는 꿈, 뒷이야기 18
후일담 24
송천생고기 30
순록 33
솔리스트 34
시작노트 36
자화상 38
도깨비불 39
극야 40
홍하의 골짜기 42
두부의 맛 44
벚꽃 축제 46
봄빛 49
이 동네의 골목 50
마샤와 곰 52
제동이 55
눈 내리는 빨래골 58
정월에 65
화살나무 68
혜성 71
쌍둥이 마음 74
잠두 76
배추흰나비 와불 78
월악 80
상두꾼 82
여수 86
더 복서 88
산판꾼 90
꿩의 바다 92
무지개어린이집을 떠나며 96
『존재와 시간』 강의 노트 98
숲과 재 106
오픈 북 110
힘을 내요 문양숙 113
홈 플러스 114
선생님 무덤 115
파릉초 119
카메오 121
해일과 파도 124
시론 125
구름의 파수병 128
겨울빛 129
초청 강연을 거절하기 위해 쓰는 편지 130
배경음악 137
발문 1?박용하(시인)
이생의 한낮 141
발문 2?유성호(문학평론가)
은은하게 빛나는, 희고 아름다운 발걸음 147
안목 12
숨과 볼 13
하동 16
고래가 되는 꿈, 뒷이야기 18
후일담 24
송천생고기 30
순록 33
솔리스트 34
시작노트 36
자화상 38
도깨비불 39
극야 40
홍하의 골짜기 42
두부의 맛 44
벚꽃 축제 46
봄빛 49
이 동네의 골목 50
마샤와 곰 52
제동이 55
눈 내리는 빨래골 58
정월에 65
화살나무 68
혜성 71
쌍둥이 마음 74
잠두 76
배추흰나비 와불 78
월악 80
상두꾼 82
여수 86
더 복서 88
산판꾼 90
꿩의 바다 92
무지개어린이집을 떠나며 96
『존재와 시간』 강의 노트 98
숲과 재 106
오픈 북 110
힘을 내요 문양숙 113
홈 플러스 114
선생님 무덤 115
파릉초 119
카메오 121
해일과 파도 124
시론 125
구름의 파수병 128
겨울빛 129
초청 강연을 거절하기 위해 쓰는 편지 130
배경음악 137
발문 1?박용하(시인)
이생의 한낮 141
발문 2?유성호(문학평론가)
은은하게 빛나는, 희고 아름다운 발걸음 147
견고한 사유를 민활한 언어로 그려 내며 시단의 주목을 받아 온 시인 신동옥의 네 번째 시집 『밤이 계속될 거야』가 민음의 시 261번으로 출간되었다. 친애하는 이에게 건네기 좋은 시집의 제목처럼 네 번째 시집에서 신동옥은 보다 유해지고 연해졌다. 그간 신동옥의 시가 타는 듯한 열기를 뿜어냈다면, 시집 『밤이 계속될 거야』에서 그의 시들은 찻물 같은 온기를 품고 있다. 토해 내는 절규는 부드러운 회유가 되었다. 거기에는 ‘계속’을 붙드는 유쾌함과 다정함이 서려 있다. 이 변화는 계속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변신이자 계속 가기 위해 이리저리 달리 걸어 보는 발걸음이다. 그는 봄비를 보고 낙엽을 보고 눈 내리는 골을 지나 계속 갈 것이다. 무수한 시작노트와 시론과 배경음악 리스트를 적어 나가며, 가능과 불가능을 목격하며, 삶과 시를 멈추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는 마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