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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쟁. 4: 유년의 섬

나의 투쟁. 4: 유년의 섬

  • 도서 주제문학
  • 제 목나의 투쟁. 4: 유년의 섬
  • 저 자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 출판사한길사
  • 출판일2019. 10. 01
  • ISBN9788935667925
  • 이용 대상일반
  • 가 격16,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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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행복으로 가득한 유년 시절의 사진첩
『유년의 섬: 나의 투쟁 4』를 읽다보면 어린 시절 나 자신의 사진 앨범을 들춰 보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그때는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구체적인 장면과 생생한 감각으로 재현해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자연스레 우리의 유년 시절을 돌아보며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된다. 이 작품은 수십 년 전에 일어났던 일과 우리의 추억 속 장면들을 불러낸다.
크나우스고르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특유의 이미지로 채웠다는 것 또한 인상적인 부분이다. 온종일 친구와 뛰어놀던 자유로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맞이한 초등학교 입학 첫날, 새로 산 멋진 축구 유니폼이나 수영복을 입었을 때의 기쁨, 캐러멜을 사러 슈퍼마켓에 뛰어가는 장면은 모두 그만의 감각으로 가득 차 있다. 궁지에 몰릴 때마다 어린아이기에 할 수 있는 내적 갈등은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작품 속의 어린 크나우스고르는 칼 오베로 불린다. 칼 오베는 눈물이 많고 여리지만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아이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아이가 스스로를 정의하는 방식은 조금 어리숙하게 느껴진다. 어린아이가 순수한 마음으로 저지르는 실수는 그 자체로 따뜻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크나우스고르는 사소한 것에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어린이의 시선에 주목하며 어린이의 관점을 능숙하게 재현했다.
유년기는 나 스스로에 대해 무한한 확신을 지니고 행동하는 때이기도 하다. 칼 오베의 이런 생각 때문에 그는 남에게 곧잘 상처를 주기도 한다. 올바른 가치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내리는 판단은 늘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낳는다.

내가 다가가면 아이들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졌다.
게이르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가끔 나를 피해 몸을 숨기기까지 했다. 소문이란 그런 것이다. 동네에 한 번 소문이 퍼지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 나는 무엇이든 제일 많이 아는 척, 항상 잘난 척하는 아이로 소문이 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다른 아이들보다 아는 것이 많은 건 사실인데 일부러 모른 척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당연한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런 나를 추켜세우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아이들이 나를 멀리하는 건 나의 행위나 말 때문이 아니라, 그냥 존재 자체 때문은 아닐까. -335~336쪽

칼 오베의 성장기에는 독서와 음악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의 정체성은 독서를 통해 형성되었다고 보아도 될 정도로 어린 시절 그는 침대에 앉아 책 읽는 시간이 많았다.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전부 읽고도 모자라 아버지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까지 섭렵한 그는 그렇게 얻은 지식으로 아는 척하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확실히 칼 오베는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 간접 경험으로 얻은 지식을 통해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한발 더 나아가 생각하려는 그의 사고는 아주 놀랍고 흥미롭다.
그의 음악 취향 또한 또래 아이들과는 사뭇 달랐다. 같은 반 학생들이 그 당시 인기를 끌었던 가수들의 노래를 들었다면 칼 오베는 퀸이나 비틀스, 모터헤드, 비지스 등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점점 더 커져 친구와 둘이 밴드를 결성해 학교 행사에서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때 록 스타를 꿈꾸었던 그는 실제로 그의 형 윙베와 함께 밴드를 결성해 작은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독서와 음악을 좋아하는 내성적인 칼 오베의 세계는 유년기의 불안함과 사소한 행복으로 가득하다. 크나우스고르가 그리는 유년기를 들여다보면 그 세계가 마치 실제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그가 일상의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빠짐없이 담아내는 작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가 재구성한 그의 유년 시절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인 이야기다. 낯설고 먼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작가의 유년 시절에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우연이 만들어낸 폭발적인 이야기
크나우스고르는 어린 시절 자신이 경험한 유쾌한 사건들을 소설 속에 실감나게 옮겨놓았다. 어린아이다운 장난과 엉뚱한 시도는 폭소를 자아낸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은 하나같이 모두 특별하다.
칼 오베는 이웃집 친구 게이르와 함께 자주 산에 올라가서 놀곤 했다. 그들은 할 일이 없을 때면 숲속에서 같이 똥을 누었다. 전투기처럼 똥을 한곳에 쌓아올려 가득 배설한 뒤 며칠 있다 똥이 어떻게 되었나 경과를 지켜보는 장면과 똥을 배출시킬 때의 그 쾌감이 좋아서 똥 누는 방법을 연구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나는 가끔 며칠씩 똥을 참곤 했다. 굉장히 큰 똥을 만들어내고 싶기도 했거니와 오래도록 참았던 똥을 마침내 배출시킬 때의 느낌이 좋아서였다. 너무 똥이 마려워 똑바로 서 있기 힘들 정도인데도 엉덩이 근육을 조여가며 꿋꿋하게 참았다가, 다시 뱃속에 똥을 모으기 위해 힘차게 똥을 밀어낼 때의 느낌이란! 하지만 그것은 위험한 짓이었다. 오래 참다 보면 똥이 너무 커져 배설하기 힘들어졌다. 산더미만 한 똥이 나올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온몸을 휩쓰는 고통은 잔인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으으…! 흐으으…! 엄청난 고통 때문에 눈앞이 캄캄해지려는 찰나, 똥이 내 몸을 쑥 빠져나갔다.
오, 이렇게 좋을 수가!
환상적인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154쪽

칼 오베는 위험한 장난도 불사하지 않는다. 친구와 함께 나무배를 타고 바위섬에 가서 불장난을 하다 섬을 홀랑 태워먹는가 하면 언덕 위에서 지나가는 자동차에 돌멩이를 던져 차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성(性)에 눈을 뜬 칼 오베는 포르노 잡지를 구하기 위해 동네 쓰레기 처리장을 샅샅이 뒤진다. 그 과정에서 병 속에 자신의 고추를 집어넣다 벌에 쏘이는 장면은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한다.
칼 오베는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성향이 강한 아이였다. 그는 옷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고 원하는 신발을 얻지 못하면 울기도 했다. 어머니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 늘 어머니 곁을 맴돌았고 아버지에게 길가에 핀 꽃을 꺾어 선물로 줄 만큼 세심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는 그런 성향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페미’라고 놀림을 당한다. 결국 자신이 정말 동성애자가 아닐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페미라는 것을 받아들이며 자신이 처한 여러 갈등 상황에 더 집중하게 된다.
흥미로운 부분은 부모님도 무의식적으로 칼 오베에게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사준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동네 아이들처럼 나이프가 가지고 싶다던 칼 오베에게 성대한 의식을 치르듯이 엄숙하게 나이프를 건네는데 칼집에는 치마를 입은 걸스카우트 대원이 그려져 있다. 어머니는 수영 강습 때 수영모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체 꽃송이가 가득 달린 수영모를 사다준다. 칼 오베는 이 모든 물건을 부끄럽게 여기지만 부모님은 그가 떼를 쓰거나 반항한다고 생각해 오히려 화를 내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칼 오베의 부드러운 성향 덕분에 작품은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의 세심하고 치밀한 문장이 어린 시절부터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실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을 때 더 실감난다. 크나우스고르는 소설이라는 상상의 영역을 뛰어넘어 경계를 허물고 독자와 작가의 특별한 교감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자신의 공간에서 만족하지 않고 점점 세계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온갖 부작용을 주저하지 않고 모든 감정으로 끌어안는 어린이의 마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가공한 소설적 장치보다 우연성이라는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삶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세계는 우리에게 더 큰 감동을 준다.

소용돌이처럼 스쳐 지나간 유년기의 사랑
칼 오베는 안네 리즈벳이라는 여학생을 짝사랑한다. 결석한 안네 리즈벳에게 숙제를 알려주기 위해 그녀의 집에 찾아간 이후로 그들은 매일 방과 후에 어울린다. 안네 리즈벳을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칼 오베는 그녀와 어울리며 행복하고 환상적인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잘생기고 공부를 잘하는 같은 반 남학생 에이빈에게 그녀를 빼앗겨 실의에 빠진다. 칼 오베는 자신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보여주기 위해 게이르와 함께 편지를 써서 그녀를 찾아가기도 하고 낡은 옷을 입고 안네 리즈벳의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한다. 어린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감정 표현과 산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마음에서 느껴지는 순수함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칼 오베는 고학년이 되어 친구로만 생각했던 같은 반 여자아이들의 몸에 변화가 찾아오자 이성으로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카이사라는 예쁜 여학생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단순한 애정을 넘어 성적인 충동을 느낀다. 이전에도 여자 친구들과 스킨십을 했지만 그녀를 향한 감정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그녀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카이사와 데이트를 할 때 반드시 키스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혀 어이없는 행동을 하고 만다.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키스할 수 있는지 시간을 재보는 건 어때?”
“뭐?”
“시계도 가져왔어. 토르는 10분이나 했어. 우린 그보다 더 오래 할 수 있을 거야.”
…그녀의 입가에 침이 흘러내렸다. 그녀가 몸을 비틀었다. 나는 하체를 땅에 붙이고 그녀의 입속에서 쉴 새 없이 혀를 움직였다. 생각했던 것만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솔직히 좀 지루하고 괴로웠다. 그녀가 머리를 움직이자 머리 밑에 있던 마른 나뭇잎이 소리를 냈다. 우리의 입은 진득진득한 침으로 가득 찼다. 7분이 지났다. 4분만 더 견딜 수 있다면… 음… 그녀가 소리를 냈다. 하지만 기분이 좋아서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녀가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머리를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면서 혀를 돌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눈을 떴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내가 아니라 머리 위의 하늘을 향했다.
9분. 혀끝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입가에는 계속 침이 흘러내렸다. 내 치아교정기가 그녀의 이빨에 부딪쳤다. …하지만 혀가 너무 아팠다. 입속에서 혀가 마구 자라는 것 같았다. 또 침은 어떤가. 미적지근한 입속에 고여 있을 때는 몰랐지만 차갑게 식어 턱 밑으로 흘러내리니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576~577쪽

칼 오베의 이런 어수룩한 사랑 표현으로 결국 카이사는 절교를 선언한다. 그는 상처받은 마음을 음악으로 달래면서 정신적으로도 더 성숙해진다.
이러한 감정과 고민은 중학생이 되고 나서 더 깊어진다. 크리스천이 되겠다고 다짐한 이후 길가에 핀 꽃만 꺾어도 죄책감을 느끼던 칼 오베는 학교에 가던 중 이웃집 사과나무에 사과가 딱 한 개 열린 것을 발견하고 따먹는다. 나쁜 짓을 한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단지 중학교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삶의 변화를 추구했기에 한 행동이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일탈 행위뿐 아니라 선악과 이야기와도 맞물리며 아이의 세계가 허물어지고 어른의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되는 상징적인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유년기를 지나는 통과의례처럼 느껴지는 이 사건 이후 칼 오베는 자신의 세계가 한층 더 넓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유년기를 지배한 어두운 그림자
크나우스고르에게 그의 아버지는 폭군이었고 증오 그 자체였다.『나의 투쟁』1권에서 그는 일상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자신의 삶에서 도려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집 안을 청소하며 아버지에 대한 모든 흔적을 하나하나 지워내며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그 존재를 상기시키는 동시에 제거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왜 아버지를 그토록 증오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유년기를 들여다보면 아버지와의 관계를 좀더 이해할 수 있다.
칼 오베의 아버지는 집 안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해놓고 자식들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 집 안에서 뛰어다니지 않기, 텔레비전을 켤 때는 꼭 허락받기, 텔레비전을 볼 때 잡담하지 않기, 아버지 물건에 손대지 않기, 부엌에서 혼자 음식 챙겨먹지 않기 등 그의 아버지는 여러 가지를 금지시켜 자식들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칼 오베는 아버지의 신경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집 밖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웠지만 친구들과 장난을 친 날에는 혹시라도 아버지가 눈치챌까봐 조심해야 했다. 아버지 앞에서는 눈물을 흘려서도 안 되었다.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아버지가 하지 말라고 한 행동을 했거나 거스름돈을 잘 챙겨오지 못하는 날이면 외출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할 때도 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였다. 어느 날 혼자 콘플레이크를 먹고 있는데 아버지가 다가오자 칼 오베는 겁을 먹고 음식을 빠른 속도로 해치우려 했다. 그는 우유가 상한 것을 알았지만 아버지가 화를 낼까봐 무서워 상한 우유를 삼키고 만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나는 자리에 앉아 우유를 붓고 시리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앗! 제기랄!
상한 우유였다. 입안을 가득 채워오는 상한 우유 맛에 토할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나는 부엌 쪽으로 오고 있는 아버지의 발소리를 듣고 얼른 상한 우유를 삼켜버렸다. 아버지는 부엌에 들어와 조리대에 기대어 서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다시 숟가락으로 시리얼을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상한 우유를 삼킬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뱃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냄새를 맡지 않으려 입으로만 숨을 쉬며 시리얼을 삼켰다.
아, 씨팔! -132쪽

그에게 닥친 일련의 사건들은 아버지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져 내리며 지극히 사소한 불행으로 전락한다. 그에게는 아버지와 대면하는 그 순간이 가장 큰 불행이다. 그는 늘 아버지와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지만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은 거대한 벽처럼 느껴진다. 평화로운 일상에서 아버지는 그가 예측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였고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유년기를 지배했던 어두운 그림자였다.

가끔 나는 죽음을 생각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따스하고 매력적인 생각이었다. 내가 죽으면 아버지에게 복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내가 죽고 나면, 아버지는 그제야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을 것이고 비로소 후회할 것이다. 오, 후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뻐드렁니와 풍선 궁둥이를 가진 아들의 시신이 담긴 작은 관 앞에서 두 손을 맞잡으며 애통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384쪽

누구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가슴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기는 불편할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최고의 문학혁명을 일으킨 작가로 칭송받고 있는 크나우스고르가, 그리고 네 아이의 아버지이자 192cm의 거구인 크나우스고르가 어릴 적 ‘찌질’했던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준 용기는 가히 문학으로서의 대단한 성취라 할 수 있다. 수많은 불행 속에서도 순수한 마음으로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꼈기에 그의 유년 시절은 언제나 빛난다. 그런 그의 아름다운 유년 시절의 기억은 민들레 홀씨처럼 자취를 감추어버렸지만 지금 우리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아 지금도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서 빛나고 있다. 우리는 크나우스고르가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문장 속에 담아낸 『유년의 섬: 나의 투쟁 4』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유년 시절을 발견할 것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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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유년의 섬: 나의 투쟁 4』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노르웨이의 젊은 거장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유년기를 담은 작품이다. 1권에서는 아버지의 죽음을 다루고, 2~3권에서는 자신의 연애와 결혼, 육아의 고충 같은 어른의 세계에 주목했다면 4권에서는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성을 담아낸다. 세상의 불가해함을 인식하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에 의문을 품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유머러스한 이야기와 마치 어제 일어난 일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생생하고 몰입감 넘치는 크나우스고르의 문체는 우리를 소설 속에 빠져들게 한다.
크나우스고르는 이 작품을 통해 일상의 언어로 한 영혼의 폭발적인 성장 에너지와 유년기의 아름다운 단면을 보여준다. 그의 경험에서 세분화된 유쾌한 사건과 소설보다 더 소설 적인 실제 인물들은 그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소설과 작가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존재로 느껴질 때 우리는 작품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 작품의 힘은 작가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함과 진정성에 있다.
크나우스고르는 너무나 일상적이라서 피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과감하게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작품이 전 세계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는 화려한 문장이나 극적인 사건 전개보다는 한 시대를 통과하는 사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우리가 무료하고 지루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삶에 언제든지 푹 빠져 들어가 가장 아름다운 것을 끄집어내는 작가다. 이토록 자기 자신을 상세하게 들여다보는 시도를 한 작가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는 이야기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처럼 지독하게 낱낱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노르웨이 거장의 손에서 일상의 민낯을 과감하게 드러낸 경쾌하고 매력적인 작품이 탄생했다.

저자 및 역자 소개

매일 글을 쓰고, 담배를 피운다.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를 가끔 느낀다. 이 욕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을 씀으로써 세상 밖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글을 씀으로써 좌절한다. 1968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태어나, 베르겐 대학에서 문학과 예술을 전공했다. 1998년 첫 소설 『세상 밖으로』로 노르웨이 문예비평가상을 받았다. 2004년 두 번째 소설 『어떤 일이든 때가 있다』도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세 번째 소설 『나의 투쟁』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변했다. 그의 자화상 같은 소설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 6권, 3,622쪽으로 출간되어 노르웨이에서 기이한 성공을 거두었다. 총인구 500만 명의 노르웨이에서 50만 부 이상이 팔렸다. 모든 것이 이례적이었다. ‘크나우스고르 현상’이 일어났다. 그의 모든 것을 담은 이 소설을 전 세계가 읽고 이야기했다. 2009년 노르웨이 최고 문학상 브라게상을 받은 뒤『나의 투쟁』은 독일, 영국, 프랑스, 그리스 등 유럽 전역과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아메리카 대륙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도 속속 번역되었다.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고 그의 새로운 글쓰기에 대한 찬사가 잇따랐다. 2015년 월 스트리트 저널 매거진이 크나우스고르를 ‘문학 이노베이터’로 선정하면서 그는 “21세기 최고의 문학혁명을 일으킨 작가”로 칭송받았다. 2017년 ‘예루살렘 문학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작은 노벨문학상이라고 불리는 ‘스웨덴 한림원 북유럽 문학상’을 수상했다. 크나우스고르는 2020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다시 한번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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