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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

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

  • 도서 주제문학
  • 제 목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
  • 저 자이상, 이승우, 강영숙, 김태용, 최제훈, 박솔뫼,임현, 대산문화재단 (
  • 출판사문학과지성사
  • 출판일2019. 10. 10
  • ISBN9788932035888
  • 이용 대상일반
  • 가 격12,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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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날개」 다시 읽기

이상의 대표작 「날개」는 당대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으로 널리 읽혀왔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질문과 답변의 형태, 아이러니, 패러독스, 비유 등 독특한 문체와 구성으로 이뤄져 있으며 사회와의 단절된 공간에 유폐된 주인공의 자의식적 세계를 내적 초점화를 통해 서술하고 있다. 주인공인 ‘나’는 돈을 변소에 집어넣거나 아내에게 받은 돈을 다시 돌려주는 등 근대 자본주의의 토대인 화폐의 가치를 부정하면서 끊임없이 쾌감의 세계, 욕망과 무의식의 세계를 탐닉하는 데 몰두한다. 근대 경성은 자본주의화, 성의 상품화 그리고 인간관계의 단절 등으로 인해 “회탁”의 거리로 변질되었고, 그 속에서 지식인은 희망과 야심조차 말소된 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 부분 “날자. 날자. 날자.”는 마침내 의식의 회복, 주체의 각성을 일깨우는 외침에 다름 아니다.

“우리들은 서로 오해하고 있느니라.”
「날개」를 읽는 여섯 개의 새로운 시선

「날개」는 또한 ‘오해’에 관한 소설이다. ‘나’와 ‘아내’는 서로를 ‘오해’하는 부부로 등장하고, 아내의 (성)노동에 기생하며 쓸모없는 “연구”와 “발명”에만 몰두하는 ‘나’는 자신에 대한 독자들의 ‘오해’를 조장하는 편이다. 이처럼 이상의 「날개」는 모든 인간관계가 ‘오해’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 그것만이 인간 삶의 유일한 리얼리티라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로도 이해된다. 모든 인간의 관계가, 어쩌면 가장 내밀하다 할 수 있는 부부 사이도 혹은 소설 속 인물과 독자 사이도, 결국 ‘오해’로 구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작품은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이승우의 「사이렌이 울릴 때」, 김태용의 「우리들은 마음대로」, 임현의 「진술에 따르면」은 「날개」와 동일한 시공간 및 인물을 공유하면서 비교적 적극적인 방식의 이어쓰기를 시도한다. 이승우의 「사이렌이 울릴 때」는 「날개」의 마지막 장면에 주목한다.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서 정오의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를 외치는 「날개」 속 ‘나’를 대면하는 또 다른 ‘나’를 등장시키는 이 작품에서는, 정오의 사이렌 소리만 맹렬할 뿐 그 무엇도 분명한 것이 없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라는 사실만이 확실할 뿐이다.
김태용의 「우리들은 마음대로」와 임현의 「진술에 따르면」은 공통적으로 「날개」 속 ‘아내’를 초점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겹쳐지는 작품들이다. 「날개」에서와 달리 김태용의 작품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얻게 된 그녀(‘나’)는 매우 솔직한 여성으로 등장하며,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가 등장하던 영화는 이제 끝났고 새로운 영화가 시작된 것이다”라고, 결국 자의식 과잉의 무능한 남편을 버리고 “나는, 우리들은 이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라고 선언하는 소설로 읽힌다.
임현의 「진술에 따르면」은 백화점 옥상에서 투신한 사내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투신 장면을 보았다는 목격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아내는 “아무래도 내가…… 그 사람을 죽인 것 같다”라고 자신의 죄를 자백한다. 임현의 작품은 ‘부끄러움’이라는 감정 교환과 관련하여 「날개」의 화폐경제가 의미하는 바를 날카롭게 분석해보는 소설로서 흥미로우며, 현재적 관점에서 더 많은 논의를 가능케 한다.
앞의 세 편의 소설이 「날개」의 한 장면 혹은 다른 등장인물들을 극대화함으로써 정전 자체에 대한 적극적인 ‘다시 읽기’를 부추기고 있다면, 강영숙의 「마지막 페이지」, 최제훈의 「1교시 국어 영역」. 박솔뫼의 「대합실에서」는 이상의 「날개」를 후경으로 설정하면서 ‘다시 쓰기’의 행위에 더 몰두한다.
강영숙의 「마지막 페이지」는 어떤 불행한 사건을 공유하고 있는 두 친구의 관계가 그려진다. 하나의 방을 비밀처럼 공유하고 있는 ‘나’와 ‘아내’ 사이의 감정 교환과 서로 간의 오해를 그리고 있는 「날개」의 구조는 강영숙의 작품 속에서도 어느 정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최제훈의 「1교시 국어 영역」은 대입 시험을 치르고 있는 재수생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나열하고 있는데, 그 의도가 비교적 분명한 풍자소설에 가깝다. 우리가 배운 「날개」에 대한 설명들, 즉 ‘현대 문명과의 불화’나 ‘지식인의 내면세계’ 혹은 ‘무력한 지식인의 분열상’이 얼마나 공허한 이야기일 수 있는지를 유머러스하게 확인한다.
박솔뫼의 「대합실에서」는 이상의 행로를 따라 서울 시내의 거리를, 그리고 동경의 거리를 하릴없이 걷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계속 실패하는 숫자 세기를 반복하면서, 서로 돈을 주고받는 무용한 행위를 반복하면서, 걷다가 멈추고 커피를 마시고 무언가를 기다리고 또 걷는다. 박솔뫼의 작품은 ‘무용한 시간’을 재현하는 소설처럼 읽힌다. 그리고 그 무용한 시간들은 이야기를 읽고 쓰는 시간들을 자연스럽게 환기한다.

1936년 잡지 『조광』에 처음 발표된 이상의 「날개」는, 어쩌면 독자들의 기억 속에서 “웬 찌질한 남자가 혼자 횡설수설하는” 이야기이거나 “고등학교 때 배운, 그 기둥서방 얘기” 정도로 어렴풋하게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이상 「날개」 이어쓰기』는 여섯 명의 작가가 이어 쓴 여섯 편의 작품을 통해 여섯 개의 다른 빛깔로 변주되며 정전화된 텍스트인 「날개」를 다시 읽고 그 의미를 현재적 의미로 되살리고 있다. 과거의 빛바랜 텍스트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빛을 발하는 유의미하고 새로운 텍스트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며, 지금-여기의 독자들에게 새로운 독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목차

날개 _이상

사이렌이 울릴 때 _이승우
우리들은 마음대로 _김태용
진술에 따르면 _임현
마지막 페이지 _강영숙
1교시 국어 영역 _최제훈
대합실에서 _박솔뫼

해설 「날개」를 읽는 여섯 개의 시선 _조연정(문학평론가)
이상 연보
지은이 소개

책 소개

다가오는 2020년은 작가 이상이 태어난 지 110년째 되는 해다. ‘천재’와 ‘광인’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글쓰기로 한국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작가 이상은, 근대 문인 가운데 그 누구보다도 문학적 자장이 넓고 크다. 그는 시, 소설을 비롯해 수필에서도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으며, 그의 문학은 당대뿐만 아니라 10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날개」는 명실공히 그의 대표작으로, 이상 문학에 대한 관심을 널리 확장시키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식민지 지식인의 불우한 자의식을 그린 소설로, 흥미로운 경구의 삽입을 통해 모더니즘을 실험한 소설로, 자본주의 화폐경제를 재현한 소설로도 「날개」는 그간 다양하게 읽혀왔다. 이 같은 수많은 해석들에 지금-여기의 독자들은 어떤 독해를 추가하며 「날개」를 살아 있는 텍스트로 되살릴 수 있을까. 이렇듯 「날개」라는 정전화된 텍스트를 시대에 맞게 새로 ‘읽을’ 가능성을 확인한 기획이 바로 대산문화재단이 엮고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한 『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이상 「날개」 이어쓰기』다. 이 책은 지금-여기 한국 문학의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섯 명의 소설가(이승우, 강영숙, 김태용, 최제훈, 박솔뫼, 임현)가 새롭게 시도한 「날개」 이어쓰기를 통해 이 작품의 현재적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본다. 8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 감동을 고스란히 잇는 여섯 편의 작품들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아로새겨져 있을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라는 마지막 문장처럼, 또 다른 이야기로 우리 앞에 ‘다시’ 날개를 펼치며 되살아난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이상 1910~1937
본명 김해경.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나 1912년부터 백부의 집에 양자로 들어가 20년 넘게 생활했다. 1926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거쳐 1929년에는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에서 기수로 근무했다. 1930년에 처녀작인 「12월 12일」을 『조선』에 연재하면서 독특한 작품 세계를 펼쳐 보였다. 1932년 백부가 사망한 뒤 이듬해 금홍을 만나 다방 ‘제비’를 개업하면서 많은 문인들과 교유했다. 같은 해에 『조선중앙일보』에 시 「오감도」를 연재하기 시작했으나 독자들의 거센 항의로 중단되었다. 동인지 『시와 소설』의 창간호 편집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구인회 활동과 더불어 소설 「날개」를 발표하며 일약 문단의 총아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치던 도중, 1936년 10월에 동경행에 올랐다. 이듬해 일경에게 체포되어 경찰서에 구금되었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한 달여 뒤인 1937년 4월 17일에 2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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