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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배신

수학의 배신

  • 도서 주제순수과학
  • 제 목수학의 배신
  • 저 자앤드류 해커 지음
  • 출판사동아엠앤비
  • 출판일2019. 03. 11
  • ISBN9791163630357
  • 이용 대상일반
  • 가 격15,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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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왜 수학 실력이
인생의 행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가?

-“나는 MBA 과정을 이수했고, 금융업계에서 일하다가 은퇴했어요. 그런데 2차 방정식을 풀어야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구구단과 긴 나눗셈을 할 줄 아는 것으로 충분했어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아주 훌륭한 엔지니어지만, 수학 실력은 보잘것없어요. 그 이유는 일하는 데 거의 필요가 없기 때문이고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대부분을 풀 수 있으면서도, 배우자를 고르는 눈은 영 아닌 사람들이 많다.”
-“수학적 추론이란 훌륭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실제 삶과는 무관합니다. 우리는 육아, 결혼, 경력 관리 등 일상사에서 숱하게 추론을 거듭합니다. 대수학을 배워야만 이러한 추론이 가능한 것일까요?”
-“문학, 역사, 정치, 음악과 달리 수학은 일상의 삶과 거의 연관이 없어요. 수학 교수로서 하는 말입니다.”
-“모두가 수학을 배워야 한다는 믿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수학을 공부하는 것 말고, 지성을 다듬는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요?”

미국에서는 고등학생 5명 중 1명은 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간신히 대학 진학에 성공하더라도 거의 절반 가까운 학생이 학부 졸업장을 받지 못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그들이 수학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 재능을 찾고 인생의 꽃을 피우기도 전에 수학이라는 담장에 막혀서 꿈을 접고 쫓기듯 살아야 한다.

우리는 수학적 추론 능력이 지적 수준을 끌어올려 다른 분야의 학문 탐구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믿어왔지만, 그 상관관계가 밝혀진 적은 사실 한 번도 없다. 한마디로 수학을 잘하면 다른 과목도 잘한다는 것인데, 인생은 학교 성적대로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수학이라는 장벽은 기회를 박탈하고 개인의 창조성을 억압하며 다양한 재능이 넘치는 사회로 가는 길을 막는다. 저자는 이런 착각(혹은 환상)으로 항상 패배자처럼 주눅 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외친다.

앞으로 늘어나는 일자리는 주로 이공계통에서 발생한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더욱 냉혹하다. 취업자들은 ‘수학 실력’으로 상징되는 스펙이 좋아 일자리를 얻은 게 아니다. 한마디로 그 회사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이 있어서, 낮은 수준의 연봉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도요타, 혼다, BMW와 같은 고급 자동차 제조 시설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에는 지역 토종 인력이 많으며, 그들의 수학 낙제율은 미국의 평균보다 40~50%나 높다. 하지만 “작업장에서의 문제 대부분은 기본적인 산수인 사칙연산으로 풀 수 있었다”. 모두에게 고등수학을 강제하면 다른 재능의 계발을 막고, 졸업과 취업마저 힘들게 하는 불합리한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령 사회에서 그렇게 필요하다던 수학 실력을 갈고닦아 준비했지만 실제로 회사에서는 그런 지식을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다. 이전에 며칠씩 걸리던 복잡한 계산을 엑셀의 함수작업 몇 번으로 두세 시간 만에 정리하게 되는 일이 실제로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런 탈숙련화(Deskilling)가 일어나면서 고도로 숙련된 근로자들도 직업 사다리 아래쪽으로 내려온다. 이공계통 직종의 절반은 “4년제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충분히 작업을 수행할 정도”라고 밝힌다. 여기에서 필요한 실력은 공정이나 장비에 필요한 ‘숫자’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이다.

항상 수학책을 끼고 살 것 같은 의사, 보험계리인, 소프트웨어 개발자, 엔지니어, 심지어 과학자들도 그들에게 일정하게 필요한 수학이 따로 있고, 실상 대부분 업무에서는 지극히 반복적인 산수만 필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찰스 다윈은 과학적 패러다임을 바꾼 사람이지만 수학에는 전혀 소질이 없었다.


복잡한 수학적 추론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 현실에서 숫자를 다루는 능력이다!

“인류학을 공부하다 보면 천문학적인 소양도 늘어난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은 핸드볼도 잘한다.” 이런 주장을 들으면 사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논리학에도 뛰어나다”라는 말은 어떤가? 다항식을 잘 풀면 다른 현안에도 날카로운 통찰력이 생길까? 한 분야의 사고 능력을 다른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실제로 수학 성적과 다른 과목의 성적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이 드러났다. 오히려 저자가 실험한 바로는 비판적 독해 분야에서 고득점을 받은 학생이 수학 고득점자보다 다른 분야도 잘할 확률이 높았다. 즉 대수학을 잘하고 싶으면 소설과 시를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신빙성이 높다는 말이다.

저자는 학생들이 풀어야 하는 수학 문제들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런 문제들은 수학자의 학문적 위상을 높이고 카르텔을 견고히 하는 데 이바지할 뿐 일상에서 만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수학은 일상의 문제 해결력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학문이 아니다. 수학의 위대한 목표는 명제를 증명하는 일이다. 수학자들의 증명 기법을 배운다고 해서 세상사의 복잡한 현상을 설명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진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수학 공부보다 더욱 알찬 방법이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례에서 복잡한 수식을 적용하지 않고도 사칙연산만으로 숫자가 나오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를 보여준다. 웨스트버지니아의 면적을 수학 공식을 사용하지 않고 비교적 정확하게 계산해내는 법, 펜실베이니아주의 선거 결과에서 공화당이 득표수는 더 적었으면서도 왜 의석수를 더 많이 가져갔는지, 국세청이 탈세를 잡아내는 단순한 원리가 무엇인지 등등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한 사례를 소개한다.

알고 보면 무척 간단하지만, 생각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다. 이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문제들의 본질이 아니던가? 알고 보면 간단한 문제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풀어보면서 정해진 틀에서 사고하는 것이 아닌, 사고력, 상상력, 기발함을 키우는 방식도 엿볼 수 있다.

기술과 과학이 갈수록 존재감을 뽐낸다 해도, 재능과 운명이 수학 실력 하나로 결정된다고 믿어선 안 된다. 번득이는 통찰이 가득 담긴 이 책을 통해 해커는 우리에게 익숙한 사회적 편견을 깊이 파고들어 해체한다. 이 책은 분명 미국 교육에 대한 문제를 짚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수학 교육 역시 저자가 주장하는 문제점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하다. 시험 통과를 위한 고등수학 공부는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나만의 오솔길을 찾아 재능을 발휘하려는 아이들의 앞길을 수학이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이 말하는 바에 깊이 귀를 기울여보자.

목차

1장 거대한 착각 8
2장 무엇을 위해 수학을 공부하는가 24
3장 배관공에게 다항식이 필요한가 42
4장 생각만큼 수학은 중요하지 않다 66
5장 성별 격차는 어디에서 오는가 84
6장 수학적 추론이 우리의 지성을 높이는가 106
7장 수학 마피아 126
8장 누가 커먼 코어를 지지하는가 148
9장 같은 문제, 다른 관점 165
10장 ‘수학 머리’가 따로 있는가 182
11장 통계 해석에 필요한 상상력 202
12장 감각적 수리능력 키우기 221

글을 마치며 244
주 246

책 소개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수학을 잘하려면 타고나야 한다느니, 수학 때문에 가는 대학의 종류가 바뀐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이런 얘기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선다. 국가적인 전략을 수립할 때도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학문을 집중 육성해야 21세기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아무리 다른 과목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도 수학을 못하면 절대 ‘우등생’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어떠한가?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나 교수가 아닌 다음에야, 실무에서 인수분해가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던가? 일상 업무에서 ‘수학적 추론’을 사용해야 했는가? 심지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시스템분석가 등 컴퓨터 관련 직업이나 보험계리인 같은 숫자를 달고 살 것 같은 사람들, 엔지니어나 과학자들조차도 일상 업무에서 학창 시절에 배웠던 수학은 거의 사용할 기회가 없다고 말한다. 그들에게는 자기 분야에 맞는 맞춤형 수학 교육이 더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물론 저자는 수학 반대주의자는 아니다. 저자는 대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친 경험도 있고, 통계와 계량 분석이 몸에 익은 사회학자다. 저자는 숫자를 다루는 감각, 즉 수리력에 관한 개념이 없고 자기 삶에서 수를 활용하는 방식을 모르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숫자를 다루는 능력이야말로 분야를 불문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가령 공공 문서나 기업 보고서, 통계 도표나 차트, 계산식을 이해하는 능력 따위다.

이 책은 수학을 중심으로 ‘사회 우등생’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입시 카르텔의 민낯을 드러내고, 수학에 관한 지나친 두려움과 맹신이 쌓아올린 미신의 구조를 파헤친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수학 실력과는 상관없이 당신은 자기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좋은 것들을 수학에 빼앗기지 말라는 것이다. 책의 중간 중간에 그런 사람들의 인터뷰를 함께 소개한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수학적 추론 능력이 인생의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직접적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치밀하게 반박하면서, 인생이 수학 때문에 꼬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한다. 저명한 대학의 수학과에서 교편을 잡은 적도 있고, 늘 통계와 계량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회학자이지만, 일상에서 아무런 쓸모도 없는 수학 때문에 심각한 인생의 벽을 경험한 이들을 자주 만나며 수학 실력 자체가 곧 특권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길을 개척하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이 책을 썼다.
앤드류 해커는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비싼 대학》(지식의날개), 《갈라진 국가: 흑과 백, 분열, 적대, 불평등Two Nations: Black and White, Separate, Hostile, Unequal》을 비롯해 10권 이상의 책을 저술했다. 그는 애머스트 대학, 옥스퍼드 대학, 프린스턴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퀸스 대학 정치학부의 명예 교수로 일하며 뉴욕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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