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드로잉을 어원적으로 보면 graph는 쓰다(write), 적다, 그리다(draw)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캘리그라피는 글씨를 아름답게 또는 능숙하게 graph 한다는 뜻이니 이 또한 넓은 의미의 드로잉이라 할 수 있으나, 그 쓰임새에 있어 캘리그라피는 그린다는 의미보다 쓴다는 의미를 더 가지고 있다.

이번에 이산 작가가 새로운 분야로 내어놓는 글씨드로잉 캘리그라피는 한글을 좀 더 기획적인 방법으로 표현해내는 분야라 할 수 있다. 이는 캘리그라피의 즉흥성, 일회성, 퍼포먼스적 표현이 아니고 이미 사용하고 있는 활자체를 흉내 내는 것도 아니며, 한글의 자획을 손으로 설계하여 그 의미나 형태를 아름답게 또는 쓰임새를 더하여 표현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글씨드로잉은 문자를 다루는 여러 분야의 어떤 것보다도 좀 더 구체적인 한글의 구성과 모던한 표현, 다양성과 실용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글을 기반으로 한 글씨드로잉의 전문성을 가진 디자이너는 거의 없는 실정으로 이 분야는 연구하기에 따라 매우 확산성이 있는 장르가 될 수 있다고 저자인 이산 작가는 확신한다. 다만 충분한 수련을 통해 품질 높은 결과물이 도출되어야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이산 작가는 “글씨드로잉이라는 이름으로 한글을 다루는 많은 작가들이 좀 더 실력을 연마하여 아름다운 한글 생활을 해달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또한 “이 분야를 처음 만들어낸 사람으로서 이 책을 통해 한글이 보다 더 다양하고 좋은 글씨로 디자인되어 그 쓰임새가 넓어졌으면 한다”는 소망을 피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