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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시간성에 관하여

퀴어 시간성에 관하여

  • 도서 주제사회과학
  • 제 목퀴어 시간성에 관하여
  • 저 자제인 갤럽
  • 출판사현실문화
  • 출판일2023. 07. 03
  • ISBN9788965642848
  • 이용 대상일반
  • 가 격16,8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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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크립에서 노화로:
퀴어 이론과 크립 이론에 왜 노화인가?
『퀴어 시간성에 관하여』 서문에서 저자는 나이 듦, 노화, 중년의 문제를 인식하기 이전에 오랫동안 퀴어 이론과 크립 이론의 교차성 정치학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탐색을 벌여왔음을 밝히고 있다. 서문은 크립 이론으로 논의를 시작하는데, 크립 이론이 비규범적 신체가 성의 영역을 지배하는 생각에 도전할 수 있는 주요한 방식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암에 걸린 몸이 “질병, 실패 혹은 비체화의 장소”로 규정되는 대신, 오히려 편협한 이성애 규범의 틀 안에서 성을 정의하는 범주를 깨부수고 ‘위반의 핵심 장소’로 개념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 장애를 겪고 있으면서도 크립 이론에만 주목하고 정작 자신의 문제이기도 한 노화 연구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점을 고백하면서, 장애와 노화의 여러 범주가 상당한 정도로 서로 침윤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저자는 크립에서 노화로 논의를 확장시키는 것이 그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정체성 위기의 문제만도 아닌, 담론장 그리고 이론 틀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동안 노화보다는 장애 문제를 지적인 프레임으로 선호한 퀴어 이론의 경향에서 장애 연구가 퀴어 이론을, 퀴어 이론이 장애 연구를 훨씬 더 활발히 생성해온 반면에, 퀴어 이론과 노화의 교차에 대한 작업은 사실상 없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런데 몇몇 이론가가 주목을 하고 있듯이, 나이 듦과 노년은 섹슈얼리티, 젠더, 신체를 어떻게 재고할지에 대한 강력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퀴어 시간성’이라는 개념은 그동안 다수의 퀴어 이론가에게서도 정상성에 저항하기 위해 다양한 양상의 시간성을 모색해왔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른바 탄생, 결혼, 재생산, 죽음이라는 생애 경로 전체를 퀴어화하기 위해서는 완경 이후의 섹슈얼리티를 포함한 노화 문제야말로 바로 퀴어 시간성을 다투는 핵심적인 장소라고 주장한다. 퀴어 시간성은 재생산을 특권화하는, 비생식적 삶의 과정들을 저평가하는 성적 생애 경로에 도전하면서, 퀴어 이론가 세즈윅이 말하는, 직선적이지도 이성애적이지도 않은 시간성, 질서 정연히 배치되지 않은 순간에 초점을 둔 비틀어진 시간성이 바로 퀴어 시간성이라고 말한다.

이성애 성교 의무에 저항하기
서론에서 퀴어 시간성을 크립 이론, 퀴어 이론, 노화 이론과 관련해 다양한 이론적 모색을 시도했다면, 본론인 1부와 2부에서는 모두 개인적 서사로 시작한다. 1부에서는 발에 생긴 문제로 인해 겪게 되는 보행 장애를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파트너가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후 2년 동안의 일기 내용을 밝히면서 두 사람의 성적 활동과 태도에 나타난 낯선 시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이 ‘일화 이론’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사적인 글쓰기를 통해 가장 미묘한 이론적 정식화 작업조차 비켜나가는 복잡성과 모순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1부에서 다루는 자신의 경험처럼, (후발) 장애는 불안과 정체성의 위협을 수반한다. 그래서 후발 장애를 전면화하는 일은 정체성이 본질적인 것이 아닌 시간적인 것으로, 인간의 두 유형이 아닌 한 가지 삶의 다른 순간들로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겪어온 후발 장애와 너무나 비슷하게 중년의 시기 역시 우리 정체성의 소중한 측면들에 대한 위협과 연관된다. 흔히 중년의 위기는 이른바 정체성 위기라고도 한다. 하지만 중년의 위기는 정체성에 대한 우리의 개념이 장기간에 걸친 시간적인 것으로 인식되지 않고 고정된 것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본질화된 정체성은 고정된 시간성을 전제하고 있다. 그래서 섹슈얼리티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삶의 어느 한 단계에 기초해 본질화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후발) 장애와 노화가 복잡하게 얽히는 상황은 어김없이 성과 젠더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된다. 젊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그것을 잃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성인이 되어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은 장애가 자신들의 성이나 젠더를 빼앗아간다고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파트너의 전립선 절제 수술 이후에 경험한 섹스의 시간성이 규범적 성의 시간성을 크게 벗어나 있는 것을 밝히고 있다. 프로이트의 발전론적인 관점과 의료화된 담론에서는 이성애 성교 의무를 생리학의 서사적 정점으로 당연시한다. 프로이트가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마지막 쾌락’은 ‘방출’의 목적론으로서, 이성애 성교 의무라는 규범적 섹슈얼리티는 바로 이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데 전립선 수술 이후의 섹스는 규범적 생리학의 서사적 질서를 비틀어놓으며 성의 시간성을 교란할 뿐만 아니라 뒤집는다. 장애 성 운동과 마찬가지로, 특수한 손상을 가진 몸이 섹슈얼리티 전반을 재고하게 하면서 이성애 성교에 중점을 둔 섹슈얼리티의 헤게모니적 개념에 폭넓게 도전한다는 것이다.

차이와 다양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안적이고, 퀴어적이고, 반규범적인 시간성과의 교섭
여러 연구에 따르면, 1세기 전에는 성적인 쇠퇴가 노화의 불가피하고 보편적인 결과로 여겨졌으며, 이런 관점이 20세기 대부분에 걸쳐 지속되었다. 심지어 탈성적인 삶이랄 수 있는 이런 쇠퇴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 도덕적 이점, 노년에 대한 우월성마저 있었다. 1세기 후에 이러한 인식은 완전히 역전된다. 정상적인 노화와 연관된 성적 능력의 쇠약함이 이성애 성교 의무라는 기준에 따라 지금은 치료 상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성적인 기능 부전으로서 병리화되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경유하면서 확고하게 의료화된 노년의 성은 이제 의료화된 성의 개념과 함께 시간성을 거부하고 노화를 거부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의료화된 성 담론을 벗어나 ‘인생 후반의 성’을 인정하고, 노년을 인간의 성에 포함하는 것은 곧 성을 시간적인 것,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퀴어 및 장애 옹호와의 유사성을 토대로 둔 차이와 다양성의 무시간적 모델은 한계가 있다. 차이와 다양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나이 들면서 생기는 변화, 생애 경로에 걸친 변화에 따라 섹슈얼리티를 이해하게 되면 이성애 성교 의무와는 전혀 다른 대안적이고, 퀴어적이고, 반규범적인 섹슈얼리티를 모색할 수 있다. 여기서 생애 경로 전체를 퀴어화하는 것은 생애의 어느 구간은 적절히 성적이며 어느 구간은 그렇지 않음을 규정하는 시간 순서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노화의 정점은 시간성이며, 진정으로 노화를 성의 개념화에 포함하는 것은 ‘시간을 벗어난’ 본질화된 성 이념에 저항하는 것을 의미한다.
『퀴어 시간성에 관하여』는 퀴어 이론과 크립 이론의 관점을 확장하고 노화를 포함함으로써 섹슈얼리티를 이해하는 데 시간성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그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체성을 생각하기 위한 것으로, 나이 들면서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탐구하면서, 영원한 정체성이라는 것의 대안, 나이 듦에 따라 망가진다고 하는 정체성의 대안, 돌이킬 수 없는 쇠퇴에 대한 대안, 시간을 파괴적인 거세로 보는 것에 대한 대안을 이야기한다.

목차

서론: 이론의 토대
크립 이론
노화와 퀴어 시간성
노화와 팔루스
퀴어 팔루스
일화 이론

1부 하이힐과 휠체어
나의 이야기
이야기의 결말
도시의 거리
페미니즘과 하이힐
젠더와 장애
휠체어에서의 팔루스
이야기의 결말(재상연)

2부 전립선 수술 이후의 섹스
나의 이야기
낯선 시간성
프리컴과 이성애 성교 의무
이성애 성교 의무에 저항하기
장기간에 걸쳐 변화하는 섹슈얼리티

결론
팔루스와 팔루스의 시간성
장기간에 걸쳐 변화하는 정체성

옮긴이 후기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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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생애 전체에 걸친 섹슈얼리티를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
섹슈얼리티에서 시간적 차원은 어떤 의미를 함의하는가?
나이가 들고 장애나 질병을 겪게 되는 일은 어쩌면 인간의 육신이 피할 수 없는 조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일단 그러한 경험을 겪게 되면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위협뿐만 아니라 좀 더 일반적으로는 정체성에 대한 위협, 즉 현재의 우리, 지금까지의 우리 자신을 잃게 될지도 모를 위협을 받는다. 장애를 지닌 이들과 중년 혹은 노년에 접어드는 이들이 그러한 변화와 함께 이성애 중심주의, 비장애 중심주의의 경계를 벗어날 수밖에 없게 될 때 그들은 섹슈얼리티 측면에서 비슷한 쟁점에 직면하게 된다. 무성적인(asexual) 존재이며 성적으로 열등하다고 가정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섹슈얼리티를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평가 절하되기 마련이다. 그동안 페미니즘 이론에서는 퀴어 이론과 크립 이론을 교차적으로 사유하는 탁월한 성취를 거두었음에도 노화나 쇠퇴에 대한 이론적 성찰은 거의 간과되어 왔다. 그런데 장애와 노화를 위협으로 느끼는 상황은 ‘건강과 젊음’을 문화적으로 특권화하는 토대가 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장애인과 연장자를 성적으로 열등한 인간으로 가정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저자는 49세의 나이에 시작된 점진적 장애를 십 년 이상 겪으면서 장애와 노화를 둘러싼 섹슈얼리티를 교차적으로 사유해왔다. 이 책은 자신의 삶과 경험을 이론화려는 지적 욕구의 성과로서, 섹슈얼리티와 장애의 그물망에 나이 듦을 추가하고 있다. 이러한 교차성 정치학을 통해 저자는 섹슈얼리티를 급진적이고 다양한 시간성으로 재개념화하면서 이성애 정상성에 대한 강력한 도전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 및 역자 소개

▶ 저자 제인 갤럽:

(Jane Gallop)
미국 위스콘신-밀워키 대학에서 영문학 및 비교문학 명 예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정신분석, 특히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을 비롯해, 정신분석과 페미니즘, 페미니즘 문학비평, 페다고지, 퀴어 이론 등을 주제로 많은 저술 활동을 벌였다. 저서에 『교차점Intersections: A Reading of Sade with Bataille, Blanchot, and Klossowski』(1981), 『딸의 유혹The Daughter’s Seduction: Feminism and Psychoanalysis』(1982), 『라캉 읽기Reading Lacan』(1985), 『몸을 통해 생각하기Thinking Through the Body』(1988), 『1981년경Around 1981: Academic Feminist Literary Theory』(1991), 『성희롱으로 고발된 페미니스트Feminist Accused of Sexual Harassment』(1997), 『일화 이론Anecdotal Theory』(2002), 『그의 카메라와 함께 살기Living with His Camera』(2003), 『저자의 죽음들The Deaths of the Author: Reading and Writing in Time』(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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