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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총합

너의 총합

  • 도서 주제문학
  • 제 목너의 총합
  • 저 자이수경
  • 출판사
  • 출판일2023. 05. 12
  • ISBN9788982183188
  • 이용 대상일반
  • 가 격14,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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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첫 작품 「어떻게 지냈니」는 제목부터 인상적이다. “어떻게 지냈니”라는 질문은 누가 누구에게 하는 것인가? 질문하는 쪽과 질문을 받는 쪽을 편하게 구분하는 서술 방식에 대해 이수경은 거리를 둔다. 『너의 총합』에서는 영화에서 사용하는 캐릭터의 시점 숏을 교차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그런데 영화에서도 시점 숏의 변화를 예민하게 보지 않으면 놓치듯이, 이미지가 아니라 글로 서술되는 소설의 경우 그런 시점의 변화는 독자가 꼼꼼하게 작품을 읽을 것을 요구한다. 「어떻게 지냈니」는 신애의 시점을 따라간다. 이 작품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너의 총합』에서는 중년 여성 캐릭터를 일인칭 화자로 삼는 구성을 따른다. 삼인칭 서술자가 있는 경우에도 화자는 주인공의 시점과 겹치는 초점 화자로 기능한다. 「어떻게 지냈니」는 신애가 바라보는 “스무 살 무렵 둘이 대학에서 만난” 남편 영호, 딸 윤아, “대학생이 된” 이름이 나오지 않는 아들을 대하는 신애의 기억과 현재, 그리고 신애의 느닷없는 죽음을 바라보는 서술자의 시점이 뒤섞여서 서술되는 다소 복잡한 서술 방식을 쓴다.
『너의 총합』의 어조는 대체로 가라앉아 있고 서늘한 느낌을 준다. 묘하게도 그런 서늘한 묘사에서 가족 관계, 인간관계의 뜨거운 정감을 독자는 느끼게 된다.
「서문 밖에서」는 대학에 입학해 숙소를 찾는 아이와 엄마의 여정을 따라간다. 사소해 보이는 소재다. 하지만 그 소재를 활용해 작가가 다루는 엄마와 아이 사이에 작동하는 세대 차이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감각적 거리를 천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화자인 엄마 ‘나’는 아이를 보면서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돌아본다. ‘나’는 성찰적이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단순하고 허황된 감정”이라고 직시하기는 쉽지 않다.
「연희 북문」은 앞의 두 작품과는 달리 시선을 가족 밖으로 돌린다. 하지만 화자 ‘나’의 사려 깊은 시선은 비슷하다. 작품은 작가인 ‘내’가 대학 동창의 남편이자 곧 강제 출국을 앞둔 ‘그’를 찾아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그’는 “내 친구의 남편 이성연”이다. ‘그’를 찾아가는 ‘나’의 태도와 마음이 흥미롭다. 마지막 문장에서 드러나는 이 시대에 남아 있는 감시의 위험은 현실감이 있다. “어떤 경우, 아는 것만으로도 피해 갈 수 없는 위험이 있던 시절을 살아본 까닭이겠지만, 이제 이 세계에 그런 종류의 위험이 사라졌다고 확증할 수도 없었다.” 그런 이유로 화자 ‘나’는 이성연에게 궁금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섣불리 마음을 열어놓지도 않는다. 그런 화자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마음에 서려 있는 시대에 대한 두려움에 공감하면서 이해하는 쪽으로 기운다. 이 작품에서 묘사되는 “이상한 빛과 냄새와 적요”는 단지 집에서만 감도는 것은 아니다. 사람 관계에도 감도는 것이다. 그 필요성을 이렇게 문장으로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이 장면이 주는 감흥은 어떤 영화의 이미지로도 그리기 힘들다. 문학에서만 가능한 문장의 매력이다. 『너의 총합』은 이제는 한국 문학계에서 찾기 힘들어진 중년 여성의 시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아내의 시점에서 세계를 감각하고 해석한다.
「선량하고 무해한 휴일 저녁의 그들」은 가정 폭력 문제에 주목하지만, 이때의 폭력은 단지 물리적 폭력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무지의 문제, 곧 모욕의 폭력이다.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가족의 분위기를 섬세한 언어로 포착하고 있다.
「나는 고인 눈물이다」는 시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낸 ‘나’가 시어머니의 삶을 돌아보면서 반추하는 여성의 삶이 고갱이를 이룬다. 그리고 아들 준이, 준이 아빠의 죽은 여동생 선이의 이야기가 끼어든다. 앞의 작품들이 화자가 바라본 동세대, 혹은 아래 세대의 이야기를 전한다면 「나는 고인 눈물이다」는 윗세대로 시선을 돌린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이야기는 다른 가족에게는 “낯설고 이상한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이야기”다. 가족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가족은 매우 익숙한 관계이지만 「나는 고인 눈물이다」가 보여주듯이 때로 “낯설고 이상한” 관계이고, 왜 이상한지를 묻고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관계다. 이런 착잡한 가족 관계의 양상을 이 정도로 서늘하게 드러내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
마지막 작품 「눈이 내리면 그들은」은 다른 작품과 다르게 한국인 가족 관계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한국으로 이주해 와서 후천적으로 한국인이 된 사람들을 다룬다. 화자 ‘나’와 “마이투, 한국 이름은 소라”의 관계가 서사의 요체이다. 이주 여성 마이투는 한국에 온 지 십오 년이 지나 한국 국적의 소라가 되었다. 「눈이 내리면 그들은」은 마이투 혹은 소라같이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에 온 여성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드러낸다. 작가로 설정된 ‘나’는 특히 그 재현의 한계에 민감하다. 여기에는 작가 본인의 음성이 겹쳐 들린다.

“잘 알지도 못하고 써서 미안해요.”
그러나 나는 소설 속 이주노동자 ‘아불’을 떠올리며 소라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아불은 나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방글라데시 청년이었다. 이름도, 나이도, 국적도, 죽음도 모두 만들어진 것이었다. 늦은 밤이나 새벽에 창밖에서 들려오던 이주노동자들의 낯선 언어와 노랫소리를 들으며 쓴 소설이었다. 나는 한 번도 그들 가까이에 가본 적이 없었다.(177~178쪽)

유가은은 자신이 하는 글쓰기 작업의 한계를 의식하면서도 ”그들 가까이에“ 가보려고 하는 불가능한, 하지만 소중한 노력을 시도한다. 어쩌면 이런 태도는 소설을 포함한 모든 글쓰기에 필요한 태도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마지막 구절이 마음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한번 안아볼까요? 유가은 선생님…… 아름다운 소라가 내게 말했다.”(186쪽)

뛰어난 작품은 이렇게 단 하나의 문장으로 인물 사이에 작동한 정념을 표현한다. 소설집 『너의 총합』은 그런 정념을 매우 신중하고 사려 깊게 표현하는 보기 드문 성취다.

목차

어떻게 지냈니
서문 밖에서
연희북문
이별
선량하고 무해한 휴일 저녁의 그들
나는 고인 눈물이
눈이 내리면 그들은-레티마이투에게

해설 이상한 빛과 냄새와 적요 | 오길영
작가의 말

책 소개

노동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첫 소설집 『자연사박물관』(강, 2020)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이수경의 두번째 소설집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노동자 가족의 초상’을 더 확장한다. 우리 시대 가족 안팎의 이야기를 담는다. 『너의 총합』은 내용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서술 시점을 아우른 형식적인 면에서도 재현의 문제를 더 깊이 있게 천착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저자 및 역자 소개

▶ 저자 이수경: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자연사박물관」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0년에 출간된 첫 소설집 『자연사박물관』은 대산창작기금, 제12회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제1회 익천문화재단 길동무문학창작기금의 행운을 안겨주었다. 지난여름부터 다가온 봄까지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의 영혼들을 만났다. 곧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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