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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역사를 씁니다

가족의 역사를 씁니다

  • 도서 주제역사
  • 제 목가족의 역사를 씁니다
  • 저 자박사라
  • 출판사원더박스
  • 출판일2023. 05. 04
  • ISBN9791192953045
  • 이용 대상일반
  • 가 격19,8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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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재일코리안 3세 사회학자가 쓴
고모, 고모부, 큰아버지의 이야기

이 책에서는 제주도를 떠나 일본에서 삶의 터전을 일군 네 명의 생애가 소개된다. 일제 강점기에 교사였다가 해방 후 남로당원으로 활동했으며 4·3 사건 직전 살아남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한 둘째 고모부 이연규, 일본으로 밀항하다 붙잡혀 오무라 수용소에서 생활하던 시절을 ‘재미있었다’고 회상하는 둘째 고모 박정희, 어린 시절 목격한 4·3 사건을 똑똑히 기억하지만 제일 괴로웠던 일은 일본에서 식구들이 허구한 날 치고받고 다투던 일이라고 말하는 셋째 큰아버지 박성규, 문맹의 괴로움 때문에 아이를 낳은 뒤 야간중학교에 다니며 공부한 뒤, 진작에 글을 알았더라면 무조건 이혼했을 거라 말하는 넷째 고모 박준자가 그들이다.

4·3 생존자이자 이방인의 어떤 인생들

역사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나가 형성된 중층적 공간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네 명의 인물이 그려 내는 4·3 사건과 일본에서의 삶이 그러하듯 말이다.
일제 강점기에 제주도에서 교사였다가 해방 후 남로당원으로 활동하던 이연규 고모부. 1947년 3월 말에 체포되어 형무소에 있다가 4·3 사건 직전에 풀려난다. 제주도의 좌익들은 끝까지 투쟁하기 위해 산(한라산)으로 올라갔지만, 이연규는 “절대로 이길 리 없다고” 생각하고 살기 위해 일본행을 택한다. 50엔 남짓의 돈과 일본에 가져가면 돈이 될 만한 설탕 같은 것만 조금 챙겨서 밀항선에 오른다. 일본에서는 암시장에서 쌀을 팔다 경찰에 잡혔으나 “일본인 경찰이 가장 받아들이기 쉬우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받을 만한 서사를 지어”내 위기에서 벗어나는 대담한 청년이었다. 교사 시절에 “일본 제일의 교사”를 꿈꿨던 그는, 비록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일본으로 와서 “해방된 기분”을 누리고 있다. (2장)
4·3 사건 당시 13세로 제주도에서 지내던 박정희 고모. 그녀는 당시의 비극적 사건을 단편적으로 기억할 뿐 그 일들을 ‘4·3 사건’으로 묶어 내지는 못하고 제주도 생활을 좋았다고만 기억한다. 일본으로 밀항할 때도 몇 번 붙잡혀 오무라 수용소에서 지내기도 했는데, 다다미에 앉아서 놀고 밥도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퍽 재미있고 얼마나 좋은 곳이었는지 모른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오무라 수용소는 “나치 강제수용소의 ‘동양판’으로서 온갖 비인간적인 억압과 학대 행위를 자행했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성인이 되어서는 옷 공장, 불고기 식당, 다방 등을 운영하며 “다른 사람보다 세 배는 더 일했을 거”라고 자신의 삶을 평가한다. (3장)
인터뷰 날, 스누피 자수가 박힌 옷을 입고 나온 박성규 큰아버지는 1938년생이다. 사람들을 줄 세워 놓고 창으로 푹푹 찌르고 총을 쏘던 장면으로 4·3 사건을 기억하지만, 죽는다는 게 무엇인지도, 무섭다는 것도 잘 몰랐다고 말한다. 마을에 남으면 죽임당한다는 말에 어른들과 함께 산으로 들어가 이틀 밤을 지낸 뒤 집으로 돌아온 기억도 있다. 몸집이 크고 운동을 좋아한 그는 학창 시절에 사회 운동에 참여하는 등 활발히 지냈지만 돈이 없이 학업을 중단한다. 이후는 재일코리안 1세의 전형적인 삶을 살았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금속 공장·파친코 가게·다방·마작 오락실·금융업·산업폐기물 처리 공장 등등 재일코리안에게 익숙한 직종을 섭렵했다. (중략) 자신이 경영하는 공장에 동생과 조카 들을 고용하고, 형으로서 막냇동생을 보살피고 대학에 보냈”으며, “셋째였지만 장남 대신 제사를 물려받”은 집안의 중심인물이다. (4장)
1944년 일본에서 태어난 박준자 고모는 제주도의 큰언니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언니를 때리던 형부가 무서웠다. “발길로 콱 차고, 얼굴을 철썩 때려. 그러면 코피가 흐르잖아. 난 울었어. (중략) 얼마나 무서웠는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일본으로 밀항해서 어머니를 만났지만 다섯 살에 헤어져 6년쯤 떨어져 지낸 탓에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일본인 남성과 사귀어 결혼했다가 집안 반대로 금세 헤어지고, “일본에 온 지 10년 만에 얼굴도 모르는 남성과” 다시 결혼한다. 일도 힘들었지만 글자를 모르는 고통이 가장 컸다. 너무 괴로워서 죽기 위해 철로에 오른 적이 있을 정도로. 결국 야간중학교에 등록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하며 글을 배운다. 진작에 글을 알았더라면 무조건 이혼했을 거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힌다. (5장)

재일코리안 3세, 여성, 사회학자, 가족이 교차하는 자리

저자의 이름은 ‘박사라’다. 민족운동을 하는 재일코리안 2세 아버지와 시민운동을 하는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부모님에게 “난 어느 나라 사람이야?” 하고 물었고,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지만 “조선인은 장관이 될 수 없”으며 “계집애라 참 안됐”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그래서 장관은 될 수 없지만 “박사라면 얼마든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공부했다.
그녀는 왜 가족의 역사를 쓰기로 마음먹었을까? 처음엔 가슴속 질문을 풀기 위해서였다. ‘나는 왜 이곳에서, 이런 이름으로,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자신의 현재를 알기 위해 가족의 과거로 들어가야 했던 것이다. 여기에 실재에 다가가고자 하는 학문적 동기-기억에 의해 서술이 가능해지는 역사가 있다는 믿음-와 곧 세상을 떠날 친척들의 기억을 계승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저자는 “이야기하는 것과 이야기하지 않는 것, 과거를 이해하는 방식과 과거를 떠올리는 방식, ‘이면’이 존재하는 이야기와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것’이나 ‘말할 수 없는 것’”이라는 구술의 한계를 문헌 조사와 적절한 해석으로 보충한 뒤, 이 책을 여타의 생활사와 구별되게 만드는 특별한 한 가지를 더했다.
바로 재일코리안 3세, 여성, 사회학자가 교차하는 독특한 자리에서 자신의 체험을 녹여 내어 가족의 역사를 썼다는 점이다. 덕분에 사적이면서 객관적이고, 오직 가족 구성원만이 끄집어낼 수 있는 디테일과 정서가 담겨 있고, 학문적이면서도 시종일관 사랑이 흐르는 글이 탄생할 수 있었다. 완성까지 10년이란 세월이 걸린 이 책은 역사학에 속하면서 사회학에 속하고, 동시에 자기 고백적인 에세이의 요소도 품고 있다.

개인의 인생이 역사가 되었을 때 드러나는 진실

“역사 속에는 내가 모르는 숱한 공백들이 있을 것이다. 패전 후 오늘날까지로 시간을 한정하면, 식민지에서 귀환한 일본인이나 장애인, 피차별 부락 출신자가 살아온 전후의 세계나 지금의 세계는 내게 공백이다. 그 세계는 나의 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 즉 애당초 존재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세계다. 당연하게 그 세계에서도 사람들은 살아왔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기억 속에서 과거의 다양한 경험은 서로 녹아들어 하나가 되었고, 그들은 그 경험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 286쪽

개인의 인생으로 쓴 역사, 다시 말해 생활사는 우리가 ‘삶의 총체성’에 다가설 수 있도록 안내한다. 하나로 묶이지 않으며 서로 모순되는 듯 보이는 인생 이야기도, 생활사에서는 역사의 공백들을 훌륭하게 메워 주는 오롯한 역사이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투쟁을 선택하고 산으로 들어간 이들의 눈에 이연규는 혼자만 살자고 도망친 나약하고 이기적인 인물로 보일 테지만, 다른 시각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명민하게 선택하여 개척한 도전적인 인물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 중심 시각으로 보면 박정희와 박준자는 역사의식이 없는 무지한 사람이겠지만, 이 둘은 여성의 자리에서 더 잘 포착되는 또 다른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생활사는 큰 목소리에 눌려 잘 드러나지 않는 역사적 실재를 드러나게 하여 역사를 더욱 풍부하고 완전하게 만든다.
왼쪽에 선 사람과 오른쪽에 선 사람, 부자와 가난한 사람, 주류와 비주류, 남성과 여성, 다수자와 소수자 등 우리가 사는 현실에는 다양한 부류가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람이 함께 역사를 형성해 간다. 생활사 연구를 통해 이 각자가 살아 내는 삶의 개연성들이 교차하고 중첩되면서 인간에 관한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 『가족의 역사를 씁니다』에서 박사라가 자신만의 매력적인 언어로 해낸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을 주춧돌 삼아 더욱더 다양한 삶의 이야기, 더욱더 풍부한 생활사가 써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목차

여는 글

제1장 생활사를 쓰다
당신의 인생을 들려주세요
알고 싶은 것을 알아내는 방법
‘사회학적’ 분석이란 무엇인가?
과거를 사회학의 대상으로 삼기
생활사를 쓰다
두 가지 ‘올바름’

제2장 아무도 모른다 - 이연규 고모부
유소년 시절
일본 제일의 교육자가 되고 싶었어
‘해방’과 ‘패전’ 사이
3·1절 파업
체포당하다
하루라도 빨리 도망가야겠다
운을 하늘에 맡기고
남겨진 사람들
고모부의 해방
아름다운 제주

제3장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역사 - 박정희 고모
할아버지가 우셨을 때
어린 시절
제주도 생활
역사가 되지 않은 경험
일본으로 ‘밀항’
오무라 수용소에서의 추억
노름, 결혼, 일
신낙원과 실크로드
조각난 이야기
개인의 체험에서 역사적 사실을 읽는다는 것

제4장 재일코리안 1세의 전형적인 삶 - 박성규 큰아버지
와카야마로 피란 가다
조선으로 돌아가다
제주도 생활
해방 후의 혼란
제주 4·3 사건
죽는다는 뜻이 뭔지 몰랐어
마을 사람들의 학살
한라산의 빽빽한 숲
일본으로
스이타 사건
제일 괴로운 일
차별을 인식한다는 것
허드레꾼에서 기술자로
돈놀이꾼의 경호원
전형적인 삶을 살다

제5장 말할 수 없는 이야기 - 박준자 고모
나이 들어 낳았으니까 도시코
친구가 있었어
4·3 사건 이후
‘무서운 일’의 의미
어머니가 누군지도 몰랐어
다들 엮여 있으니까
조선, 조선, 발바닥이 좀 이상해
입주 노동자 시절
고모의 사랑
고모의 결혼
야간중학교에 진학하다
남한테 말할 수 없는 괴로움
이제는 노래방에서 가사를 읽을 수 있어
펜으로 벌어먹는 가족
말하지 않았지만 드러나는 진실

제6장 아름다운 제주 - 나의 제주 답사
제주의 부 기사님
일본 할망
고향의 꿈
할아버지에 대하여
부 기사님 이야기
중첩된 폭력
기억의 장소

맺는 글
미주
참고문헌
연표
글의 출처

책 소개

제주 4·3 사건에서 살아남은 어느 재일코리안 가족의 생애
이 책에서는 제주도를 떠나 일본에서 삶의 터전을 일군 네 명의 생애가 소개된다. 일제 강점기에 교사였다가 해방 후 남로당원으로 활동했으며 4·3 사건 직전 살아남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한 둘째 고모부(2장), 일본으로 밀항하다 붙잡혀 오무라 수용소에서 생활하던 시절을 ‘재미있었다’고 회상하는 둘째 고모(3장), 어린 시절 목격한 4·3 사건을 똑똑히 기억하지만 제일 괴로웠던 일은 일본에서 식구들이 허구한 날 치고받고 다투던 일이라고 말하는 셋째 큰아버지(4장), 문맹의 괴로움 때문에 아이를 낳은 뒤 야간중학교에 다니며 공부한 뒤, 진작에 글을 알았더라면 무조건 이혼했을 거라 말하는 넷째 고모(5장)가 그들이다.
저자는 이들의 조카이자 사회학자라는 독특한 자리에 서서 가족의 생활사를 썼다. 사회학자로서의 통찰이 곳곳에서 번뜩이면서도 시종일관 가족을 향한 사랑이 넘치는 이 책은, 제주 4·3 사건과 재일코리안의 역사에 대한 소중한 자료이자 생활사 쓰기에 관한 탁월한 안내서이다.

저자 및 역자 소개

▶ 저자 박사라:

朴沙羅
재일코리안 2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1984년에 태어났다. 역사사회학을 전공하고 리쓰메이칸 대학 국제관계학부 준교수를 거쳐 고베 대학 대학원 국제문화학 연구과 강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헬싱키 대학 문학부 문화학과 강사로 있다.
저서로 『기억을 말하기, 역사를 쓰기-구술사와 사회조사(記憶を語る,歴史を書く-オーラルヒストリーと社会調査)』, 『생활의 연습 in 헬싱키(ヘルシンキ 生活の練習)』, 『외국인을 만들어 내다-전후 일본의 ‘밀항’과 입국 관리 제도의 운용(外国人をつくりだす-戦後日本における「密航」と入国管理制度の運用)』, 편저로 『최강의 사회조사 입문(最強の社会調査入門)』, 역서로 알레산드로 포르텔리의 『구술사란 무엇인가(オーラルヒストリーとは何か)』(원제: The Death of Luigi Trastulli and Other Storie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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