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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자서전 : 이기성 시집

동물의 자서전 : 이기성 시집

  • 도서 주제문학
  • 제 목동물의 자서전 : 이기성 시집
  • 저 자이기성 지음
  • 출판사문학과지성사
  • 출판일2020. 09. 14
  • ISBN9788932037691
  • 이용 대상일반
  • 가 격9,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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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라져간 이름들의 자서전

이기성은 도시의 삶을 회색으로 인식한다. 그것이 눈부시게 생명의 빛을 발하지도 못하고 “검은 유령”처럼 한가롭게 “지루”(「유령의 나날」)해지지도 못하는 노동의 색이기 때문이다.

그 애가 회색이 되겠다고 했을 때 모두 웃었다
모두가 웃을 때 그 애는 조금 회색이 되었으려나
-「회색의 시」 부분

“회색이 되겠다”는 말에 사람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린다. 그것이 비웃음이라는 것을 눈치 채기는 어렵지 않다. 그들이 웃는 이유는 회색이 의지로써 도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조롱과 업신여김을 당함으로써 저절로 이르게 될 처지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두가 웃을 때 그 애는 조금 회색”이 되고 만다. “잿빛 안개 가득한 도시”(「소년에게」)에 어울리는 존재로 변해간다. 이기성은 이러한 회색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언어를 좇고자 한다. “회색의 입술” 통해 흘러나오는 “회색의 말들”(「회색」)을 받아 적으려 노력한다. 그것은 도시에서 노동을 하다가 “잿빛 누더기를 걸치고 눈먼 맨발로”(「어쩌면」) 사라져간 이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자본에 의해 침묵과 망각을 종용당했던 인간들이 마땅히 누렸어야 할 존엄성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골목의 지하 방에는 슬픔의 재단사들이 잠들어 있어요 그들은 밤새 은빛 가위로 밤을 오려 가장 검은 외투를 만들었답니다 당신의 것이 될 외투를 재단하느라 부르튼 손으로
딱딱하게 굳은 세월의 심장을 어루만지며
-「재단사의 노래」 부분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이루어지는 결속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송승환은 시로 씌어진 이야기가 “이야기되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해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리라 예견한다. 이기성의 시가 언어적 매개로서 죽은 자와 산 자를 잇는 통로의 역할을 하고, 이러한 만남이 우리를 진정한 공동체로서 단합시켜주리라 기대한다. “존재의 전이를 이뤄내는 시와 노래”를 통해서만 “사랑과 혁명”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밤의 노래를 네게 주리. 죽은 자의 관에 너를 넣어주리. 죽은 자의 귓속에서 울게 하리. 죽은 자의 꿈속에서 무한히 걷게 하리. 죽은 자의 뺨에 흐르는 눈물. 그에게서 훔친 푸른 조약돌을 꼭 쥐고 너는 영원히 죽은 자의 얼굴을 가지게 하리.
-「노래」 전문

그러므로 첫 시 「망각」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시 「노래」로 끝나는 『동물의 자서전』은 이 시집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작품 속 ‘나’의 곤궁과 비참을 현실 속 ‘나’의 것으로 끌어안는 체험을 선사한다.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나’에서 ‘너’로, 다시 ‘우리’로의 확장을 경험하도록 이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이기성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검은 식당에서」)를 진지하게 묻고자 한다. 시와 존재의 근본적인 의미를 묻고, 우리가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어느 날 우연히
이 책을 펼쳐 보게 될
당신에게,

이것은 사랑에 관한 시입니다.
당신의 말입니다.
-「시인의 말」 전문

목차

시인의 말

1부
망각/동물의 자서전/도서관/마르크스를 훔치는 시간/재단사의 노래/죽을/죽기 전에/적막/그림자/고기를 원하는가/햇빛/생일/산책자/영영/

2부
풀이 되다/이상한 우정/이야기/선고/한 사람/그녀/검은 식당에서/회색 구두/스틸 라이프/도착할 때/구빈원에서의 하루/소년에게/우리는 왜 동물처럼 울지 못하는가

3부
시/밤의 아이/시인은 질투 때문에 죽는다/당나귀와의 독백/풀/회색의 시/어쩌면/감자의 시/회색/사랑에 관한 시/연인들/매혹/시인의 죽음

4부
즐거운 날에/외로운 책/밤에 하얀 모래밭에/Q를 위하여/자정의 버스/유령의 나날/가방/우체국 여자/이봐요, 오리들/세이렌/새야/꽃을 사는 저녁/노래

해설
회색 사유자의 노래ㆍ송승환

책 소개

삶의 황폐한 이면을 뼈아픈 성찰의 감각으로 묘사해온 이기성의 다섯번째 시집 『동물의 자서전』(문학과지성사, 2020)이 출간되었다. 고된 노동과 비극의 풍경을 정제된 언어로 다룬 『사라진 재의 아이』(현대문학, 2018) 이후 2년 만의 신작이다.
이번 시집에서 이기성은 도시에 만연한 죽음의 그림자를 남다른 감각으로 사유한다. 자본의 폭력에 의해 “회색의 고기”(「고기를 원하는가」)로 무참하게 씹히고 삼켜진 이들의 흔적을 시의 언어로 어루만지고자 한다. “오랫동안 1970년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쓴다”라는 뒤표지 글처럼 이기성은 “도시의 첨탑 위에서” 시위하다가 “추락한 사내”(「소년에게」), “농성장에서 팔을 치켜든” “테러리스트”(「감자의 시」), “아름다운 옷을 짓기 위해 목소리를” 버린 “재단사”(「재단사의 노래」) 들을 잊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쓴다. “도시를 불태울”(「어쩌면」) 기세로 분노하고 “혁명의 이마 위에서 틱틱톡톡 명랑한”(「도서관」) 춤을 출 날을 고대한다. 그러므로 『동물의 자서전』은 “잿빛 먼지”(「외로운 책」)처럼 스러져간 이들을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한 실천의 기록이자 “백 년 동안 검은 전염병이 창궐한 뒤에도”(「이야기」) 도시 곳곳에 울려 퍼질 투쟁의 목소리이다.

어떤 문장은 얼음 바다보다 깊습니다. 그건 자정보다 어둡고 밤의 허벅지를 찌르는 파란 뿔을 가지고 있고

어느 날에 꽃을 피웁니다. 그것은 30년 후에 혹은 백 년 후에 돌아올 폭풍과 같으며 눈물처럼 범람하는 것
-「동물의 자서전」 부분

저자 및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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