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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恕, 인간의 징검다리 :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서恕, 인간의 징검다리 :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 도서 주제사회과학
  • 제 목'서恕, 인간의 징검다리 :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 저 자이향준 지음
  • 출판사마농지
  • 출판일2020. 02. 28
  • ISBN9791196830137
  • 이용 대상일반
  • 가 격23,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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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恕,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격리와 혐오의 시대, 어떻게 나와 타자를 잇고 서로 환대할 것인가?
유학의 오래된 개념이 던지는 가장 현재적 질문
서恕의 개념사로 상호주관성의 윤리학을 구축하다

“사람이 평생토록 실천할 만한 행동 원칙을 한마디로 이르면 무엇입니까?” 자공의 질문에 공자가 대답했다. “그것은 서恕다.” 공자는 서의 의미를 이렇게 부연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己所不欲, 勿施於人.” (《논어》 〈위령공〉 편).
《서恕, 인간의 징검다리》는 한 철학자가 유학을 대표하는 개념의 하나인 ‘서恕’를 탐구 주제로 삼아 10여 년 동안 치열하게 자신의 사유를 펼쳐온 기록이다. 저자는 인仁, 의義 등에 비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서’에서 나와 타자를 넘어 ‘우리’로 확장하는 윤리학적 차원, 그리고 본성론과 형이상학을 넘어 현실에 밀착하는 현대적 유학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해명하는 데 몰두해왔다. 그동안의 성과를 담은 이 책은 공자에서 시작해 정약용에 이르는 ‘서의 개념사’이자, 그에 기반해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상호주관성의 윤리학을 구축하려는 모색이며, 현대 서양철학과 경험과학적 연구를 경유해 유학 담론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새로운 실험이다.
저자에 따르면 공자의 서는 당대 사회와 삶에 만연했던 잔인함에 맞서는 유가적인 삶의 양식이자 전략이다. 맹자의 서는 ‘슬픔과 같은 감정을 경유하라는 권고’이며, 순자의 서는 ‘합리적 계산을 동반하는 반성적 사유’이다. 그리고 주희의 성리학적 사유를 만나 서는 ‘당위의 서’가 되었고, 왕부지에 와서 ‘욕망의 서’로, 정약용에 이르러 ‘사랑의 서’로 변모되었다. 규범적 당위, 인간의 욕망, 보편적 인간애를 기초로 정당화되면서 다양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다층적인 서의 의미와 이론적 실천적 특징을 해명하는 작업에 더해 다양한 시각에서 서를 이해하려는 시도들을 담고 있다. 18세기 중국 지성사에 기록된 서의 용례, 서의 신체적 기원인 따듯함이라는 감각 경험, 거울뉴런과 서의 연관성, 서와 환대 및 인정투쟁을 둘러싼 담론의 은유적 형식에 대한 탐구가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지과학, 체험주의, 개념혼성 이론, 비트겐슈타인을 비롯한 현대 서양철학의 사유 등을 도입해 전통적인 유학의 담론을 재해석함으로써 유학의 현대화라는 과제에 한 발 다가서고 있다.
이러한 탐구를 통해 저자는 ‘서恕’란 인간을 다른 인간에게 이어주는 ‘징검다리’, 사유와 행위의 한 방식이자 공동체의 기반이라고 말한다. “친밀한 유대와 공감으로 충만한 공동체의 이상과 타자로서 감수해야 할 영원한 고립 사이를 메우는 하나의 징검다리.” 그것은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도덕 원리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경험에 기초하는, 지속적 실천을 통한 자기 교정을 필요로 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잔인한 인정투쟁의 시대, 더욱이 신종 바이러스라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 격리를 강요받는 시대, 그래서 역설적으로 연대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해진 시대에 어떻게 나와 타자를 잇고 서로 환대할 것인가? 이 책은 오래된 유학의 개념으로 이렇게 첨예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도덕에 상상력을 사용하라 - 오류 가능성과 자기 교정의 서恕
이 책의 출발점에는 체험주의(인지과학을 비롯한 경험과학의 성과를 수용하는 철학적 탐구의 한 방식)의 철학자 마크 존슨Mark Johnson의 ‘도덕적 상상력’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저자는 존슨의 사유에 착안하여 공자가 제시한 서의 의미를 행위의 선택 과정에서 도덕적 상상력을 활용하라는 주장으로 해석한다. ‘도덕’이라는 경험 영역에 상상력을 사용한다는 발상은 인간에게 도덕적 본질을 가정하지 않고도 우리가 도덕적 삶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을 정당화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서에 내재된 상상적 추론은 원천적으로 오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서는 모든 상황에 타당한 도덕적 해답을 제시하는 유일한 원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적 삶에서 지속적인 실천과 반성으로 스스로를 교정해나가야 하는 개념이다. 서에 포함된 오류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이를 줄여가기 위해 도덕적 상상력을 활용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저자에 따르면, 이것이 형이상학적으로 서를 정당화하는 것보다 현대의 도덕적 상황에 대응하는 보다 현실적인 방식이다.

잔인함에 맞서는 공자의 서, 맹자의 슬픔의 서, 순자의 날카로운 합리성의 서
도덕적 상상력이라는 관점을 도입한 저자는 공자, 맹자, 순자로 이어지는 철학사적 관계를 서의 담론 차원에서 재탐구한다. 저자가 보기에 공자의 서는 삶의 잔인한 양상들에 맞서는 유학의 전략적 태도이다.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거나 고통을 확산시키려는 사고와 행동”은 모두 잔인함으로 묶을 수 있다. 나쁨의 윤리학이란 관점에서 볼 때 잔인함에 대한 거부는 서의 원형적 의미를 이루고 있으며, 잔인함은 윤리적 의미에서 나쁨이란 범주의 핵심을 이룬다. 인간적인 나쁨의 원형으로서 잔인함으로 범주화되는 삶의 사태들에 맞서는 유가적 삶의 양식을 발명하고, 이를 서라고 명명한 것. 저자에 따르면 이것이 공자가 유가 규범이론의 역사에 기여한 핵심 중 하나이다.
저자는 이어서 맹자의 서를 성선론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관련지어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자연주의적 시각에서 맹자의 성선설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한 반응으로서의 슬픔을 도덕적 맥락에 도입하고, 이를 인간 행위의 중요한 요건으로 간주하자는 주장이다. 맹자의 선한 성, 도덕 감정에 대한 실체론적 해석은 현대의 철학적 반성에 의하면 불필요한 것이다. 성선을 제외한 관점에서 맹자의 도덕 이론은 도덕적 상상력의 바탕이 감정이입이라는 점에서 공자의 서와 전제가 같다. 맹자의 측은지심은 서의 특수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맹자는 ‘슬픔의 서’라는 양식을 발명했으며, 이는 서를 실천할 때 슬픔과 같은 감정과 정서를 경유하라는 권고인 것이다.
맹자의 서가 도덕적 슬픔과 같은 정서적 기초를 강조하는 데 반해 순자의 서는 인지적 계산을 동반하는 반성적 사고를 강조한다. 맹자의 서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정이입에 중점을 두지만, 순자의 서는 다양한 욕구의 충돌과 갈등을 가정하고, 그것의 억제를 위한 공리주의적 계산을 동반하는 인지적 사유를 강조하고 있다. 맹자의 정서가 일차적이고 따듯한 것이라면, 순자의 인지적 반성은 이차적이고 차가운 공리적 판단으로 받아들여진다. 둘 다 도덕적이지만, 맹자의 도덕 이론은 따듯하고 순자의 이론은 날카롭고 차갑다. 저자는 순자의 서를 맹자의 서에 대한 반론으로, 즉 합리성을 경유해서 서를 실천하라는 가르침으로 이해하고 있다.

주희의 당위의 서, 왕부지의 욕망의 서, 정약용의 사랑의 서
선진 시대에 확립된 서는 인간 인지의 일반성에 기초한 것이었다. 유학의 급진적 변화를 가져온 성리학적 사유에서 서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저자는 서의 성리학적 변화를 대변하는 인물로주희에 주목한다. 주희는 서의 담론을 이기론이라는 초월-선험적 체계의 일부로 포섭했고, 체용론적 사고에 기초해 어떤 공통 원리의 실천적 지침으로 서를 이해했다. 그의 서에 대한 정의, ‘추기급인’은 서를 인간관계의 보편적 통로로 사유하는 효과를 낳았다. 저자는 이러한 주희의 서를 선재하는 보편적 원리를 따라 행해야 하는 실천이라는 점에서 ‘당위의 서’라고 명명한다.
명말청초의 학자 왕부지에 와서 서의 개념사는 다시 변화한다. 왕부지는 기존의 이론가들과 달리 인간의 이질성에 기초해 서를 이해하려 했는데, 그 결과 ‘욕망의 서’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담론을 제시했다. 우리가 타인과 완전하게 같을 수 없고 타인의 욕망이 나의 욕망과 다를 수 있다는 시각. 당위의 인간에서 욕망하는 인간으로의 전환은 동북아 지성사에서 중세적 인간이 근대적 인간으로 나아가는 과도기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유교문명권과 기독교문명권이 만났을 때 서의 의미 체계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저자는 조선 후기 학자 정약용의 서 담론을, 서구의 황금률과 유학적 서의 전면적인 마주침의 결과로 제시한다. 자기수양의 관점에서 서를 파악한 정약용은 인간의 외부에서 인간을 용서하는 초월적 존재의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기독교의 보편적 이웃 사랑의 개념을 폭넓게 받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정약용의 서는 인간애에 기초한 ‘사랑의 서’라는 새로운 의의를 획득했다.

목차

머리말
서장 서, 도덕, 상상력

제1부 유학, 서를 만나다
제1장 공자, 잔인함에 맞서다
제2장 맹자, 슬픔의 서
제3장 순자, 날카로운 서의 차가움

제2부 차이 나는 사유의 중심들: 당위, 욕망, 사랑
제4장 주희, 당위의 서
제5장 왕부지, 욕망의 서: 김치 한 포기 함부로 내놓지 말 것
제6장 서, 황금률을 만나다: 정약용의 경우

제3부 현대성의 주변에서
제7장 마흔두 갈래의 서: 《패문운부》가 알려주는 것들
제8장 죄수의 밥그릇: 따듯함에 대한 사색
제9장 거울뉴런의 세계: 서와 반서의 딜레마
제10장 서, 환대, 인정투쟁

맺는말
참고문헌 / 찾아보기

책 소개

‘서恕’는 사람이 평생토록 실천할 행동 원칙을 묻는 자공의 질문에 공자가 제시한 개념이다. 공자는 서의 의미를 이렇게 부연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이 책은 한 철학자가 유학을 대표하는 개념의 하나인 ‘서’를 탐구 주제로 삼아 10여 년 동안 치열하게 자신의 사유를 펼쳐온 기록이다. 저자는 그간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서’에서 나와 타자를 넘어 ‘우리’로 확장하는 윤리학적 차원, 그리고 본성론과 형이상학을 넘어 현실에 밀착하는 현대적 유학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해명하는 데 몰두해왔다.

그동안의 성과를 담은 이 책은 공자에서 시작해 정약용에 이르는 ‘서의 개념사’이자, 그에 기반해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상호주관성의 윤리학을 구축하려는 모색이며, 현대 서양철학과 경험과학적 연구를 경유해 유학 담론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새로운 실험이다. 잔인한 인정투쟁의 시대, 더욱이 신종 바이러스라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 격리를 강요받는 시대, 그래서 역설적으로 연대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해진 시대에 어떻게 나와 타자를 잇고 서로 환대할 것인가? 이 책은 오래된 유학의 개념으로 이렇게 첨예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전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남당南塘 한원진韓元震의 성론性論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자대전朱子大全》 및 《주자어류朱子語類》 번역·연구팀의 전임연구원, 전남대학교 철학과 BK21+사업단 학술연구교수를 지냈다. 현재 전남대학교 철학연구교육센터 ‘근대호남유학연구단’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조선의 유학자들 켄타우로스를 상상하며 리와 기를 논하다》(예문서원, 2011), 《인지유학의 첫걸음》(발해그래픽스, 2018) 등이 있고, 번역서로 《이정유서》(발해그래픽스, 2019) 등이 있다. 그 외 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유학의 자연주의적 해석과 비판, 현대적인 담론 형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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